트럼프 폐지 외친 '다카'···한인 청년 7000명 美서 추방 위기

미국 내 불법 체류 청년에 대한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인 일명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program)의 존폐를 두고 대법원의 심리가 시작됨에 따라 7000명의 한인 청년의 미래가 갈림길에 섰다.
12일 다카 폐지에 반대하는 이민자들이 워싱턴DC에 위치한 미 연방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12일 다카 폐지에 반대하는 이민자들이 워싱턴DC에 위치한 미 연방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이하 다카)제도 존폐를 놓고 최종 심리를 시작한 가운데 워싱턴DC에서 대규모 다카 옹호 시위가 벌어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보도했다. 

 
다카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불법 이주한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청년들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 명령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법체류자가 된 청년들이 교육을 받고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16세 이전에 미국에 도착해 현재 30세 미만이며, 5년 이상 미국에 살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현재 군인임을 증명해야 다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카는 2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하며 거주 자격과 취업 허가를 주지만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제공하진 않는다. 총 70만명의 다카 수혜자 중 한국인은 7000여 명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 "더는 어리지 않은 다카의 많은 사람이 '천사'와는 거리가 멀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거칠고 중대한 범죄자들이다"라며 다카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미국 LA타임스는 "트럼프는 다카 수혜자들이 범죄자라고 비방했지만, 다카는 범죄자의 진입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중범죄를 1회 이상 저지르거나 경범죄를 3회 이상 저지른 경우 다카에 지원할 수 없으며 기존 다카 수혜자라 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추방된다.
다카 지지자들이 12일 미국 LA 다운타운에서 시위에 나선 모습. 주황색 현수막은 "우리는 모두 꿈을 꾼다"는 뜻이다. 꿈꾸는 사람(dreamer)은 다카 수혜자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AFP=연합뉴스]

다카 지지자들이 12일 미국 LA 다운타운에서 시위에 나선 모습. 주황색 현수막은 "우리는 모두 꿈을 꾼다"는 뜻이다. 꿈꾸는 사람(dreamer)은 다카 수혜자를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심리가 진행된 워싱턴 DC의 대법원 앞에서는 대규모 이민자 집회 열렸다. LA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다운타운을 메웠다. 미 언론들은 대법관 9명의 성향 중 보수와 진보가 5대 4로 보수가 우세한 만큼 다카가 폐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 NBC 뉴스는 "대법원은 트럼프가 다카 프로그램을 종료하도록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캐스팅 보트'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고 썼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온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2020년 인구조사에서 응답자가 미국 시민권자인지 질문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제동을 걸며 진보계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질문이 포함되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답변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해 인구조사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15살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다카의 혜택을 입은 한인 최민구(31)씨의 사연이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UC 샌프란시스코 약대에 재학 중인 최씨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내 운명이 달렸다"며 "미국 밖에서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여기에 내 삶이 있으며, 내 직업과 친구, 가족도 모두 이 땅에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5월 약사 시험을 앞둔 최씨는 다카가 중단되면 응시 자격을 잃게 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내년 6월 다카의 운명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