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악" 사우디 장교 총격···당황한 국왕, 트럼프에 전화 걸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와 살만 국왕. [AF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왼쪽)와 살만 국왕.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국 해군 항공기지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용의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장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우디 정부가 당황하고 있다. 
 
특히 이 용의자가 트위터에 서방을 증오하는 글을 게시했다는 점, 일반인이 아닌 선발 장교라는 점에서 사우디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 총격범을 포함해 4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미 해군에서 항공 훈련을 받아온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군 장교 모하메드 사이드 알샴라니 소위로 밝혀졌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살만 사우디 국왕은 사건 발생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고 총격 사건을 규탄했다. 
 
살만 국왕은 통화에서 "그 범인은 미국 국민을 누구보다 가장 존중하는 사우디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사건 직후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살만 국왕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살만 국왕이 희생자 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고 전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도 사건 당일 이런 통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외교담당 국무장관, 주미 사우디 대사인 리마 빈트 반다르 공주도 즉시 미국 정부에 애도를 전했다.
 
리마 공주는 트위터에 "미국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은 사우디 장교의 딸로서 이번 비극은 특별히 가슴이 아프다. 모든 사우디 국민은 한목소리로 이 범죄를 규탄한다.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 친구 미국의 곁에 함께 서겠다"라고 적었다.
 

“범죄자는 사우디 대표하지 않는다”

사우디 국영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돌리는 분위기다. 사우디는 중동 어느나라보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배격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 사우디 장교의 총격 사건은 그동안 사우디 정부가 유지해온 테러 배척 선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군을 총괄하는 국방부의 장관도 겸직하고 있어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 언론에 따르면 트위터에는 '#플로리다 범죄자는 사우디를 대표하지 않는다'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다. 또 사우디 국민이 희생자와 미국에 가슴에서 우러나는 위로를 전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우디 알아라비야 방송도 "사우디 국민이 SNS로 이 극악무도하고 야만스러운 범죄를 한목소리로 비난했다"며 "범인이 사우디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용의자, 트위터에 “미국은 악의 나라” 

미국 플로리다 펜서콜라 해군 기지. [AF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 펜서콜라 해군 기지. [AFP=연합뉴스]

한편 테러감시단체 시테(SITE)는 용의자가 공격을 수행하기 전 트위터에 미국을 '사악한 나라'로 지칭한 짤막한 성명서를 올렸다고 밝혔다.
 
시테에 따르면 그는 "나는 악에 반대한다. 전체로서의 미국은 '악의 나라'로 변모했다"며 "단지 미국인이라서 당신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며, 당신이 누리는 자유 때문에 당신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나는 당신이 날마다 무슬림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를 지지하고, 후원하며 직접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당신을 증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샴라니의 트윗 성명에는 오사마 빈 라덴을 인용한 발언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트위터 계정은 현재 이용이 정지됐으며 수사관들은 이 트위터를 용의자가 직접 작성한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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