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구글·페북의 반전···직원들 “노조 파괴” 주장 왜

지난 22일(현지시간) 구글 직원들이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구글 캠퍼스 인근에서 회사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구글 직원들이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구글 캠퍼스 인근에서 회사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구글이 변한 걸까.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한 인터뷰에서 전 구글 직원인 폴 듀크는 이렇게 말했다. "한때 구글은 직원들이 회사의 최고의 자산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직원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구글에서 8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던 듀크는 이 인터뷰에서 구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구글에서 해고당한 직원 4명 중 한 명으로, 이들은 구글을 미 국가노동관계위원회(US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신의 직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배경엔 노사갈등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수평적인 업무 처리 방식이 장점으로 꼽혔지만 최근엔 노사갈등으로 줄줄이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회사의 정책에 실망한 직원들이 회사에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일부 갈등은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구글은 미 정부에 대한 기술협력에 일부 직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최근 어수선한 분위기다. CNN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구글 직원과 회사의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최근 구글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CNN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25일 직원 4명을 잘랐다. 이들 중 한 명은 구글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다. 또 다른 한 명은 구글이 유튜브에서 혐오 발언이 담긴 영상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항의하며 회사와 대립해 왔다. 나머지 두 명은 앞서 두 직원에 대해 회사가 강제 휴직 처분을 내리자 지난 22일 항의시위를 주도한 직원들이다. 해고된 직원 4명 모두 회사와 마찰을 빚어온 이들인 셈이다.
 
구글 로고. 신의 직장이라 불렸던 구글이 요즘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구글 로고. 신의 직장이라 불렸던 구글이 요즘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구글 측은 직원들을 해고한 날 내부 알림을 통해 "회사 데이터 보안 정책을 위반한 직원 4명을 해고했다"고 설명했지만 구글 직원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구글이 직원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시위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보복을 가하고 있다"며 "이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전형적인 노조파괴"라고 반발했다. 일하기 좋은 기업의 대명사인 구글 내부에서 '노조파괴'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노사 간 대립각이 선 것이다.
 
회사에 대한 시위를 주도한 구글 소프트웨어 기술자 암 가버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경에서 아이들을 가두는 일을 회사가 돕고 있느냐'고 질문했다는 이유로 구글이 동료 4명을 해고했다"며 회사를 비판했다. 그는 "해고된 직원은 공개된 정보를 찾아내 동료들에게 끔찍한 소식을 알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내부 갈등은 구글이 미 정부에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 일부 직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 곪다가 터져 나온 것이다. 구글은 CBP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데, 직원들은 CBP가 국경에서 난민이나 이민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기술 제공 중단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구글 직원들은 회사의 정책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지난해 9월 미 워싱턴 한 행사에 참석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 워싱턴 한 행사에 참석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AP=연합뉴스]

 
내부 갈등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IT 공룡'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거짓 정보가 담긴 페이스북의 정치광고를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페이스북 직원 수백명은 저커버그 CEO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우리는 이 정책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 우리 플랫폼을 무기화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마존 직원들도 지난 9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를 향해 기후변화 행동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당시 아마존 직원 900여명은 회사에 ▶기후변화 대처에 부정적인 정치인에 대한 후원을 금지하고 ▶화석연료 기반 업체와 협력하지 말 것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근절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벌였다.
 
CNN은 구글 직원들의 시위 소식을 전하며 "'세상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중 하나였던 회사에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노사갈등이 아니라는 점에서 페이스북과 아마존도 구글과 비슷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 베일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기술이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키고 더 좋게 만든다고 생각해 왔지만 구글의 최근 행보는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가 타협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한다"며 "이에 직원들이 회사에 환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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