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내 출세 방해된다" 딸 성폭행 덮은 전 호주 총리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를 위해 동료 의원의로부터 성폭행 당한 막내딸의 경찰 신고를 막았다는 폭로가 제기된 고(故) 밥 호크 전 호주 총리의 2010년 8월 모습. [AP=연합뉴스]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를 위해 동료 의원의로부터 성폭행 당한 막내딸의 경찰 신고를 막았다는 폭로가 제기된 고(故) 밥 호크 전 호주 총리의 2010년 8월 모습. [AP=연합뉴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호주 총리를 역임했던 밥 호크(1929~2019) 전 호주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동료 의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딸의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BBC방송과 가디언 등은 8일(현지시간) 호크 전 호주 총리의 막내딸 로슬린 딜런(59)이 유산상속을 위해 뉴사우스웨일즈대법원에 제출한 25쪽 분량의 진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딜런은 아버지 호크 전 총리의 400만 호주달러(약 32억5000만원) 상당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상속권을 주장하며 이 진술서를 제출했다. 
 
문서에 따르면, 딜런은 1983년 아버지의 측근이자 같은 당 의원이었던 빌 랜더유(1941~2019) 전 의원실에서 일하던 중 그로부터 3차례나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딜런은 이같은 사실을 아버지에게 털어놓고 랜더유 당시 의원을 경찰에 신고하려 했으나, 호크 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사건을 덮으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밥 호크(맨 오른쪽) 전 호주 총리가 1987년 첫번째 부인 헤이즐 마스터슨(가운데), 막내딸 로슬린 딜론(맨 왼쪽)과 함께 한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밥 호크(맨 오른쪽) 전 호주 총리가 1987년 첫번째 부인 헤이즐 마스터슨(가운데), 막내딸 로슬린 딜론(맨 왼쪽)과 함께 한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크 전 총리는 당시 딜런에게 "넌 경찰서에 갈 수 없다"며 "넌 지금 어떤 논란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안하지만 난 지금 노동당 당수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딜런은 이에 대해 "아직도 그 사건으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만일 그때 내가 경찰에 신고했다면 내 상처를 치유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호주 현지매체 뉴데일리는 전했다.  
 
딜런의 언니 수 피어터스-호크도 "난 딜런을 사랑하고 지지한다"며 "딜런은 당시 성폭행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했다. 가족 중 일부는 딜런을 지지했지만, 나는 법적 절차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혔다.  
 
안타깝게도 성폭행 의혹을 받는 랜더유 전 의원은 지난해 2월에 사망했으며, 호크 전 총리도 지난해 5월 곧이어 사망했다.  
 
지난 2013년 밥 호크(왼쪽) 전 호주 총리가 두 번째 부인인 조세핀 블란체 디알프켓(오른쪽)과 함께 차를 타고 노동당 선거 캠프에 도착한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013년 밥 호크(왼쪽) 전 호주 총리가 두 번째 부인인 조세핀 블란체 디알프켓(오른쪽)과 함께 차를 타고 노동당 선거 캠프에 도착한 모습. [AP=연합뉴스]

 
호크 전 총리는 유언으로 75만 달러씩을 세 자녀와 한 명의 의붓아들에게 상속했으며, 남은 부동산 자산을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인 조세핀 블란체 디알프켓(1995년 재혼)에게 남겼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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