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복종관계" 경찰 쓴 13장···'수사조정' 검찰의견에 반박

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 모습. 청와대 ‘감찰 무마’ 및 ‘하명수사’ 의혹 수사에서 검찰의 정치 개입과 수사권 남용 문제가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연합뉴스]

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 모습. 청와대 ‘감찰 무마’ 및 ‘하명수사’ 의혹 수사에서 검찰의 정치 개입과 수사권 남용 문제가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벌이는 기 싸움이 팽팽하다.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인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하 패트)에 오른 상태다. 현 패트 법안의 핵심은 경찰의 1차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대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국회에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을 냈고, 경찰 역시 이런 검찰 입장을 반박하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수사권 조정 검찰 의견 반박한 A4 13장 

앞서 검찰이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제출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보완 필요사항’ 의견서에는 ▶검찰에 대한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 및 수사 종결 여부 협의 의무화 ▶검찰이 경찰에 대해 ‘보완 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 범죄의 법제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범죄에는 내란·외환, 대공, 선거, 테러,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아동 성폭력, 사회적 이목을 끌만한 범죄가 줄줄이 포함됐다. 
 
경찰은 A4용지 13쪽 분량의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 제시 의견서 검토’ 자료를 통해 검찰 의견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찰은 검찰이 말한 ‘통보’와 ‘협의’ 표현은 사실상 검찰의 수사지휘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 의견서대로라면 경찰이 수사를 시작할 때 검사에 통보하고 수사를 끝내기 전에 검사와 협의해야 한다. 이때 검사의 보완수사가 요구가 이어지면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구조라는 게 경찰 쪽 설명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 미근동 경찰청.[뉴스1]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 미근동 경찰청.[뉴스1]

 

"검찰 수사지휘 범위도 무한정 확대해놔" 

더욱이 검찰 의견서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사법 경찰관이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놨다. 이런 요구에 따른 경찰의 징계 절차 착수는 ‘의무화’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사가 경찰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해놨다. (이는 기존처럼) ‘명령‧복종’ 관계와 다를 바 없다”며 “(검찰의 수사지휘) 범위도 무한정 확대해놓은 게 이번 의견서”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패트 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하되 경찰→검찰로 넘어온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은 담겨 있다. 이미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가 얼마든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검찰 의견서가 나왔다는 의미다. 이에 경찰 안팎에서는 상하관계서 대등 관계로 설정해놓은 정부 합의의 수사권 조정안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는 비판론이 나온다.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의 한 건물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매몰사고.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의 한 건물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매몰사고.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대형재난은 통합지휘 체계 갖춘 경찰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범죄에 대형재난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대형재난의 핵심은 종합적인 대응에 있다고 항변한다. 형사처분은 사후조치다. 당장 피해자 구호나 상황유지, 수사 등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는데 통합적 지휘 체계를 갖춘 경찰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선거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다. 이에 검찰은 경찰이 시효를 코앞에 두고 사건을 넘기면 오류를 바로잡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축소·과잉수사 논란도 잇따르는 만큼 수사지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여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경찰은 검토자료에서 “이미 선거 범죄의 공소시효 등을 고려해 수사 중”이라며 “현 패트 법안 상 송치된 선거사범에 대한 검사의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수사 공백의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살인사건 경찰관 맘대로 처리 못 해  

이밖에 초기 수사 과정서 과학적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검찰은 검시나 부검 외에 수사 의견을 제시할 수 없어 부실수사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역시 경찰은 검사만이 유일한 검시 주체이므로 변사나 살인 사건을 경찰관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맞선다. 더욱이 검사는 경찰이 부검 영장을 신청할 때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패트 법안 개정안에 따라 경찰에 일차적인 수사 종결권을 주더라도 충분한 통제가 가능하다. 이미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한 두꺼운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상태”라며 “오히려 검사가 기소‧불기소에 대한 통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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