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가 2500원→1만원 됐다“ 춘천 새 버스노선 불만 폭증

강원 춘천시가 지난달 15일 50년만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도입한 마을 버스. 박진호 기자

강원 춘천시가 지난달 15일 50년만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도입한 마을 버스. 박진호 기자

 
“추워지는 시기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하다니…시민들을 이렇게 길에서 덜덜 떨게 해도 되는 겁니까.”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의 한 버스정류장. 롱 패딩에 목도리, 장갑을 낀 시민들이 찬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노선표를 한참을 보던 한 노인은 ‘아이고 이렇게 바꿔 놓으면 누가 알겠나. 어렵다 어려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자 일부 시민들은 택시를 타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도심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라 택시를 잡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주민 지모(68)씨는 “목적지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져 갈아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이 많은 사람들 버스도 제대로 못 타게 바꿔놨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씨는 20여분가량을 기다린 끝에 어렵게 택시를 탔다.
 
춘천시가 지난달 15일 50년 만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버스 노선 관련 민원만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개편한 버스노선 핵심은 시내와 읍·면 노선 분리다. 시내 노선은 간선과 지선으로 나누고, 읍·면은 마을버스(25인승)를 도입했다. 또 기존 89개 노선을 시내 18개, 읍·면 30개 노선으로 단순화하고 시내 6곳(중앙시장·춘천역·호반·온의·퇴계·후평)에 환승센터를 구축했다.  
 
강원 춘천시가 지난달 15일 50년만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버스정류장 마다 설치한 노선 안내도. 세부적인 노선이 표시되지 않아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 춘천시가 지난달 15일 50년만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버스정류장 마다 설치한 노선 안내도. 세부적인 노선이 표시되지 않아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박진호 기자

 

200회 넘던 버스 운행횟수 47회로 줄어든 지역도  

춘천시는 노선 개편으로 중앙로 집중 현상 완화와 외곽지역 운행의 비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존보다 대기 시간이 늘어난 노선이 많은 데다 일부 노선은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돼 공백구간이 발생하면서 민원이 속출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동내면 학곡리다. 학곡리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기·종점으로 한 노선의 편도 운행횟수가 200회가 넘었는데 개편 후 47회로 축소됐다.  
 
학곡리에 직장이 있는 김모(26·여)씨는 “개편 전엔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직장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개편 뒤엔 바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며 “배차 간격도 40분에 달해 지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주로 택시를 이용하는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버스 이용 시 편도 1250원(카드)씩 하루 2500원의 교통비를 썼는데 최근엔 1만원 가까이 쓰고 있다.
 
이와 함께 춘천과 맞닿은 일부 군지역 주민들 역시 버스 노선이 갑자기 없어져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춘천~홍천군 북방면 굴지리 노선은 개편 전 시내버스가 하루 5차례 운행됐다. 하지만 개편 이후 버스가 다니지 않아 주민들이 버스를 타려면 7㎞가량 떨어진 춘천 동산면까지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홍천군은 해당 마을에서 인근 춘천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전세 버스를 긴급 투입했다.
 
김대기 굴지리 이장은 “굴지리의 생활권은 춘천이라 주민들이 병원이나 장을 볼 때 버스를 타고 춘천에 갔는데 하루아침에 어떠한 안내도 없이 시내버스가 사라졌다”며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추운 날씨에 버스를 타기 위해 7㎞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가 지난달 15일 50년만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혼란을 막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안내도우미를 배치했다. 박진호 기자

강원 춘천시가 지난달 15일 50년만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혼란을 막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안내도우미를 배치했다. 박진호 기자

 

50년 축척 노하우 시뮬레이션 없이 개편 혼란은 당연  

일각에선 마을버스를 시범 도입하는 등 순차적으로 버스 노선을 개편해야 했는데 기존 노선을 남겨두지 않고 짧은 시간 내에 전면 개편한 것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노선이 버스업계에서 50년 넘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속적인 부분 개편을 통해 만든 노선이어서다.  
 
여기에 하차 시 태그율이 낮았는데 이 데이터를 활용해 대중교통 수요를 분석한 것도 문제다. ‘춘천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용역’ 중간보고서를 보면 1일 전체 버스카드데이터 4만9163건 중 승·하차 태그를 모두 한 데이터는 5818건으로 하차 시 태그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전부터 고령자들의 버스 이용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환승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크다. 환승 시스템 도입으로 기존보다 이동 시간이 늘어나고, 읍·면에서 마을버스로 이동하는 중간에 내릴 수 없어 환승센터까지 간 뒤 다른 버스를 타고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일이 빈번한 상황이다. 최모(72)씨는 “환승 때문에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서 또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춘천시의회 이상민 복지환경위원장은 “50년 동안 노하우가 축적된 노선을 하루아침에 시뮬레이션 한번 안 돌려보고 1년 만에 전면 개편해 난리가 난 것”이라며 “서울처럼 인구가 많고 지하철과 연계돼 있으면 환승 시스템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춘천에 환승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이번 혼란은) 50년 동안 부분 개편을 하면서 최적화해놓은 노하우를 무시한 결과”라고 말했다.
 
시민 불편과 혼란이 이어지자 춘천시는 50년 만에 개편한 노선을 또다시 조정하기로 했다. 춘천시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에 따른 시민불편 해소를 위해 ‘다 함께하는 시민 토크’를 개최하기로 했다. 시내버스(동 지역), 마을버스(읍면지역) 두 개 권역별로 실시한다. 시내버스는 지난 2일과 10일 당사자 합동토론, 13일 3차 대토론회로 이어진다.  
 
마을버스는 이달 중 수시로 마을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진행한다. 시민소통 플랫폼인 ‘봄의 대화’를 통해서도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모인 주민 의견은 해당 부서에 전달돼 내년 1월 초 예정된 노선 재조정에 반영된다. 이와 함께 시는 시내버스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시청 직원들이 시내버스 전 노선을 직접 탑승해 시민 불편과 개선점을 찾는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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