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의 시시각각] 바보야, 문제는 타다가 아니야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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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쏘카(타다 운영사인 VCNC의 모회사) 대표의 글이 달라졌다. 종종 페이스북에 논란이 되는 글을 올렸던 그다. 이번엔 더 길고 독해졌다. 날 선 글엔 필사즉생의 결기마저 읽힌다. 6일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여객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그는 ‘붉은 깃발법’ ‘타다 금지법’ ‘혁신 금지법’이라고 불렀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유도 조목조목 밝혔다.
 
"항공기 탑승권을 확인해야만 탑승할 수 있고, 6시간 이상만 렌터카 기사 알선을 할 수 있는 서비스는 타다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 1년 된 1500대의 타다, 1만명의 드라이버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 대표는 김현미 장관의 국토교통부도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그간 경제부총리며 공정거래위원장·금융위원장에게 ‘팩트 폭격’을 하면서도 차량 공유의 주무부처인 국토부 비판만은 삼갔던 그다. 급기야 국토부가 10일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생각하라”며 맞받고 이 대표가 "택시편만 들지 마시라” 재반박하면서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정·재계 인사들까지 "상생을 위한 법”(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미래를 막는 선례”(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로 크게 갈렸다.
 
논란이 커질 땐 원점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 시작은 공유 경제였다. 차량 공유, 4차 산업혁명, 플랫폼 비즈니스, 소비자 편익…. 시급하고 중요한 화두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지금은 ‘택시업계와의 상생’만 남았다. 정부와 정치권이 택시업계의 ‘표’만 의식한 결과다. 올 초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부터 잘못 꿴 첫 단추였다. 소비자와 플랫폼 비즈니스 전문가는 아예 끼지도 못했다. 김현미 장관은 "우버식 카풀은 한국에선 없을 것”이라고 싹을 잘랐다.
 
혁신의 폭은 좁고 꾸불꾸불해졌다. 모든 게 택시 기반으로 재설계됐다. 택시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반쪽짜리다. 업계 관계자는 "자가용 승차 공유 데이터가 황금이라면, 택시 기반의 데이터는 고철 정도의 차이”라고 했다. 차량 흐름을 분·초 단위로 분석하고 승객의 취향까지 수집할 수 있는 우버·디디추싱· 그랩 같은 회사와의 경쟁이 불가능해진다. 공유 경제는커녕 마차 시대로 뒷걸음치는 꼴이다. 타다의 이재웅 대표가 "타다는 택시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한 진짜 이유다.
 
이쯤에서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의 목표는 "틀면 나오는 물처럼 쓸 수 있는 운송수단”이다. 그는 가성비를 강조했다. "우리는 우버를 이용하는 게 자가용을 보유하는 것보다 싸지는 수준까지 가길 원한다”고 했다. 놀고 있는 90%의 자가용을 끌어내면 또 다른 이익이 있다. 캘러닉은 "공해와 도로 혼잡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호언했다.
 
차량 공유는 4차 산업 중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표 업종이다. 인공지능(AI) 등 다른 4차 산업은 되레 일자리를 줄인다. 미래의 눈으로 봐야 한다. 당장 중국의 디디추싱과 경쟁할 수 있나부터, 멀리 보면 한국 산업이, 경제가,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나를 따져야 한다. 일개 장관이나 한 부처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택시업계만 쳐다볼 일도 아니다. 한쪽 눈·귀로 한쪽 입장만 보고 들으니 "한국엔 우버형 카풀은 없다”는 단견이 나오는 것 아닌가. 바다를 보고 큰 배를 만들어야 할 때 우물만 보고 종이배를 띄우자는 꼴이다. 한국은 대륙 쪽이 북한에 막혀 사실상 섬나라다. 밖으로 통할 때 살고 안으로 쪼그라들 때 죽는다. ‘타다 금지법’은 전면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
 
마무리는 이 정부 들어 부쩍 위력이 세진 이른바 ‘감성팔이’로 대신한다. 며칠 전 택시를 탔더니 "저희 택시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난생처음 듣는 인사말을 들었다. 나도 "편안한 밤 되시라”며 내렸다. 마음이 푸근해졌다.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도, 무차별 쏟아내는 택시기사의 신세 한탄, 정치 타령도 없었다. 타다 덕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