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제자와 연인"→"성폭행인 줄 몰라" 前유도코치 돌변, 왜

이은의 변호사(왼쪽)와 신유용씨가 나란히 '셀카'를 찍은 모습. 지난해 2월 서울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가는 길에 신씨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이은의법률사무소]

이은의 변호사(왼쪽)와 신유용씨가 나란히 '셀카'를 찍은 모습. 지난해 2월 서울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가는 길에 신씨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이은의법률사무소]

"이 자리에 서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럽다. 후회한다."
 
전직 유도 선수 신유용(25)씨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재판을 받아 온 전 유도부 코치 A씨(35)가 "연인 사이였다"며 무죄를 주장해 온 기존 입장을 바꾸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14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 황진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본인의 범행을 시인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죄송하다. 뉘우치며 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지난 2011년 7월 전지훈련 숙소에서 전북 고창 모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신씨(당시 만 16세)에게 강제로 입맞춤하고, 그해 8~9월 자신의 숙소에서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지도자라는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신상 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10년 취업 금지를 명령했다. A씨는 1심 재판 중이던 지난해 5월 신씨를 경찰에 고소해 무고 혐의가 추가됐고, 1심 재판부는 징역 5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피고인은 협박·폭력을 동반한 성관계만을 강간이라고 생각했다"며 "1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무고까지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뒤늦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성관계가 강간'이라고 깨우쳤고,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코치와 선수라는 관계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못했던 것을 피해자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상처를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소년의 성은 강력하게 보호받아야 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적으로 유린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4일 전북 군산시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열린 '신유용 성폭행 사건' 가해자 전 유도부 코치 A씨의 첫 공판에 참석한 피해자 신유용씨(왼쪽)와 이은의 변호사가 재판 후 기자들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4일 전북 군산시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열린 '신유용 성폭행 사건' 가해자 전 유도부 코치 A씨의 첫 공판에 참석한 피해자 신유용씨(왼쪽)와 이은의 변호사가 재판 후 기자들에게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반면 신씨 측은 A씨가 애초 입장을 뒤집은 건 '감형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봤다. A씨가 앞서 1심 재판에서는 "피해자와 적절하지 못한 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억울하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해서다. 당시 A씨 측 변호인도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고, 또 증인들의 말과 상반되는 등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며 "사건 당시 저항 과정에서 상처나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이후 성관계를 계속 가진 점 등을 감안할 때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신씨와 함께 법정에 나온 이은의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자백과 반성할 시간은 많이 있었다"며 "수사기관이나 1심에서 지금처럼 인정하고 반성했더라면 신씨가 겪은 고통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사건 발생 후 신씨는 매일 고통 속에 살아야만 했고, 수사가 시작된 2018년과 재판이 진행된 2019년의 삶은 엉망진창이었다"며 "2020년이 돼서야 겨우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피고인이 파괴한 것은 피해자의 몸뿐만 아니라 꿈과 희망·인생"이라며 "전략적으로 선택한 반성과 자백이 감경 사유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 10개월을 구형했다.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년, 무고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이다.
 
A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4일 열린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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