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성에게만···기자 불러" 6시간만에 끝난 한강대교 농성

도대체 왜 남자에게만 과거 구습을 강요하는 것입니까”
14일 신원미상의 남성이 한강대교 아치 구조물 위를 돌아다니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건 기자

14일 신원미상의 남성이 한강대교 아치 구조물 위를 돌아다니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건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아치’ 구조물 위에서 농성을 벌인 남성이 내려와서 첫번째로 한 말이다. 이날 한강대교 위에서의 농성은 6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현수막엔 '남성 법과 제도 다 바꾸자' 

서울용산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7분쯤 신원미상의 A씨가 한강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 있다는 신고가 경찰과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까지 한강대교 위에 ‘세상은 달라졌다. 남성 관련 법과 제도 다 바꾸자’는 내용의 노란 현수막을 내걸고 “생방송을 연결해달라”며 농성을 벌였다.
 

질문엔 답 안하고…"왜 남성에게만"

A씨는 한강대교 구조물 위에서 내려온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도대체 왜 남자에게만 과거 구습을 강요하는 것이냐”고 했다. A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세상이 바뀌었으면 남성의 법과 제도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경찰서에서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경찰차에 올라탔다. 
 
경찰은 언론 인터뷰를 마친 A씨를 옥외광고법 위반 혐의 현행범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40대로 추정되는 A씨의 신원도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그는 흰색 안전모에 주황색 바지, 붉은색 조끼를 입고 고글을 착용했다. 소화기와 확성기까지 휴대하고 있었다.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언론에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다.
 

"생방송하겠다"며 다리 위 배회 

농성이 길어진 건 A씨가 다리 위에서 생방송을 통해 인터뷰를 내보내면 내려가겠다고 계속 주장해서다. 그는 “어차피 촬영한다고 해도 다 방송에 나가진 않는 거 아니냐”며 “생방송이 나가야 내가 하는 말이 사람들한테 전달된다”고 외쳤다. A씨는 아치 구조물 위를 이동하면서 계속 경찰과 취재진의 주의를 끌었다.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아치위에서 한 남성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아치위에서 한 남성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이 남성은 휴대하고 있던 확성기를 통해 아치 구조물 밑에 있던 경찰과 대화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도 확성기로 “일단 내려와서 이야기하자”, “내려오면 기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다리 위의 남성은 “생방송 연결을 해주면 하고 싶은 말을 몇 마디하고 내려가겠다”고 6시간 동안 다리 위에서 내려오는 걸 거부했다.
 

출근길 정체에 욕설도 나와

오전 11시쯤에는 아치 구조물 밑에 있던 카메라 기자들이 경찰과 협의 끝에 자리를 벗어나기도 했다. 카메라가 있으면 A씨가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봐서다. 20여명의 취재진은 떨어져서 농성을 지켜봤다.
 
소방당국은 A씨가 내려올 때까지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긴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수난구조대를 출동시켰다. 에어매트 설치를 위해 경찰이 한강대교 2개 차로를 통제하면서 오전 내내 교통이 정체되기도 했다. 지나가던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A씨를 향해 욕을 하는 일도 있었다.  
 
박건·정진호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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