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부른 사모펀드 폭탄···금융당국 뒤늦게 규제 죘다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부실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제도를 일부 개선키로 했다. ‘사모펀드=중소·벤처기업 자금원’으로 보고 투자자 보호엔 소홀했던 금융당국이 뒤늦게 내놓은 보완책이다.  
 

판매사에 펀드운용 점검 책임

라임 사태로 투자금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로 투자금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기자브리핑을 열고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나온 제도 개선책이다. 
 
사모사채·메자닌 같은 비유동성 자산이 50% 이상이면 수시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설정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방안이 눈에 띈다. 환매 중단을 선언한 라임운용이나 알펜루트운용의 사례처럼 자산 만기는 2~3년인데 펀드 환매는 매달 가능한 구조가 문제라고 봐서다.  
 
사모펀드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경우 투자자에 이를 미리 알리고 동의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TRS 계약에 따른 위험을 투자자들에 알리라는 뜻이다. 라임운용의 경우에도 TRS를 사용한 3개 펀드는 TRS 증권사가 우선변제권을 갖게 돼 후순위인 일반 투자자들은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될 위험에 처했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사모운용사가 금융사고에 대비해 자본금을 추가로 쌓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은 7억원만 적립하면 되지만, 수탁고의 0.02~0.03% 수준을 더 적립하게 하는 식이다. 아울러 사모펀드 판매사, TRS 증권사가 운용사를 점검 내지 감시할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사모운용사도 분기마다 개인투자자에 운용보고서를 내게 할 계획이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사모펀드 관련 52개 운용사 점검 결과 대부분 위험은 (라임운용처럼) 위험한 투자구조는 아니었다”며 “다만 제도적 미비사항 보완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규율체계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경제’와 사모펀드 활성화

사모펀드 시장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모펀드 시장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로써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규제를 풀기에 급급해 안전장치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위는 박근혜 정부 당시 ‘창조경제’를 키울 첨병으로 사모펀드를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2015년 10월 사모펀드 운용사를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자기자본 기준을 크게 낮췄다(40억→20억원). 개인 최소 투자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확 내렸다. 투자자문사로 2012년 출발했던 라임은 2015년 12월 이러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 덕에 업계 ‘1호’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
 
당시 풀었던 규제 중 하나가 증권사 전담중개(PBS) 부서가 사모펀드에 초기(Seeding) 투자를 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이는 증권사가 사모펀드에 TRS(총수익스와프)를 제공할 길을 터줬다. 이후 TRS는 라임펀드 부실을 확대한 주요 요인이 됐다.
 
반면 감독은 허술했다. 현재 사모운용사는 217곳에 달하지만 금감원은 매년 10곳 정도 검사를 할 수 있다. 217곳을 다 현장검사하려면 21년 넘게 걸리는 셈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제도의 미흡했던 점은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사고 우려 때문에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다면 외국이 다 하는 사모시장을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이 있다”며 “다만 일부 운용사의 문제점이 나타나서 핀셋형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무리수 ‘코스닥벤처펀드’

사모펀드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모펀드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라임운용 펀드의 부실화는 금융당국의 코스닥벤처펀드 활성화 정책과도 얽혀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에 부응해 2018년 관제펀드인 ‘코스닥벤처펀드’가 탄생했다.  
 
문제는 세제혜택을 받는 코스닥벤처펀드는 벤처기업 신주에 15%를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주엔 공모주뿐 아니라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도 포함시켰다. 코스닥벤처펀드는 2018년 출시 직후 인기를 끌었고, 이에 벤치기업이 발행한 CB를 사려는 수요는 급증했다. 표면금리가 0인 CB도 팔리고, 부실기업 CB까지 팔려나갔다. 이는 CB, BW 같은 메자닌에 주로 투자해온 라임운용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를 만든 정부의 의도는 선했지만, 시장을 너무 몰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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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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