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찍어 삼성 직원행세···중고거래 사기에 120만원 날렸다

갤럭시노트10 이미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갤럭시노트10 이미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회사가 삼성협력사라 재고 판매하는 거구요.”
“아 그럼 미개봉 공기계인거죠?”
 
지난 11일 대학생 최모(24·여)씨와 A씨 간 나눈 카카오톡 내용 중 일부다. A씨는 이날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갤럭시 노트10+ 제품을 120만원에 판다’는 광고를 올렸다. 시중가보다 19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이었다. 최씨는 A씨에게 바로 연락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김OO' 선임 행세 

대화 도중 A씨는 명함사진을 보냈다. 명함 속 인물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김OO 선임’이었다. 최씨가 직거래 장소를 물으니 경기도 용인의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인근 편의점이라는 답이 왔다. A씨는 검수와 환불방법까지 친절히 소개해줬다.   
 
A씨는 입금 때 이모 사원의 이름을 써달라고 요구했다. 기기를 처음 산 사원의 이름을 적어야 법인세가 감면된다는 이유였다. 최씨는 이 말을 ‘삼성전자 직원가로 판매하기 때문에 사원 이름을 적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한다.
판매자가 구매자를 안심시키려 보낸 명함. 삼성전자 직원 행세를 했다. [사진 독자]

판매자가 구매자를 안심시키려 보낸 명함. 삼성전자 직원 행세를 했다. [사진 독자]

 

특정인 이름 입금 요구는 주의해야 

흔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회사계좌나 특정인 이름으로 입금해달라”는 거래자를 만나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당부한다. 도박 등 범죄이용 계좌로 입금시키는 수법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던 최씨는 A씨가 알려준 계좌로 120만원을 보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었다. 최씨는 직거래 장소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사기 피해를 봤음을 알게 됐다. 
 
“직원분 언제 오시나요?” 메시지에도 A씨는 답하지 않았다. 연락이 끊겼다. 최씨는 이튿날 사기 혐의로 A씨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최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사기를 친 거래자가 꼭 처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 사기범죄 이미지. [연합뉴스TV]

온라인 사기범죄 이미지. [연합뉴스TV]

 

온라인 사기 한해 7만건 발생 

중고 거래와 같은 온라인 사기범죄가 빈번해 주의가 요구된다. 어렵게 모은 돈을 몇 푼이라도 아끼려는 심리를 미끼로 한 범죄다.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 사기거래 발생 건수는 2016년 7만6229건, 2017년 6만7589건, 2018년 7만4044건에 이른다. 
 
취업 준비생 금모(28·여)씨도 피해자라고 한다. 금씨는 12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오픽 응시권을 1만 원가량 싸게 판다’는 판매자에게 속았다는 글을 올렸다. 판매자는 7만8100원 짜리 응시권을 65000원에 내놨다. ‘3월15일까지’라는 가짜 유효기간까지 썼다.
 
금씨는 비싼 시험 응시료를 조금이나마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다 체험형 인턴으로 번 돈을 잃었다고 한다.   
경찰청 사이버안전지킴이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사기범죄가 의심되는 연락처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사진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경찰청 사이버안전지킴이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사기범죄가 의심되는 연락처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사진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사기피해 확인 사이트 활용을 

거래 사기를 예방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청 인터넷 사기 피해 확인 사이트 (https://www.police.go.kr/www/security/cyber/cyber04.jsp)에 접속한 뒤 판매자가 알려준 휴대전화·은행계좌 등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범죄에 쓰인 번호인지 아닌지 간단한 조회가 가능하다. 실제 금씨가 거래한 상대는 최근 3개월 내 사기 민원이 14건이나 등록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번호는 조회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에 제3자 기관을 거래 중개자로 쓰는 ‘에스크로’(escrow) 시스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작정하고 사기 치면 방어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미국처럼 에스크로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짜 결제 사이트로 유도도" 

국내에서도 결제과정에서 에스크로를 활용하는 추세이긴 하다. 다만 이 역시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다. 기술적 한계가 있다. 법률사무소 로펌이스트 조영채 변호사는 “거래 사기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안전페이 (결제) 사이트를 사칭하거나 가짜사이트를 만들어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사이트를 기술적으로 잡아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요즘에는 피해자들끼리 집단으로 모여 판매자를 역추적하는 경우도 많다”며 “경찰이 독자적으로 알아보는 것보다 여러 명이 모여 사기 친 상대를 추적하면 수사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현주·김민욱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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