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저승사자 떴다···초대 양성평등담당관이 조주빈 수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강정현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강정현 기자

미성년자 성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구속)이 26일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씨의 신상과 함께 사건 수사 상황을 기소 전이라도 일부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檢, 7개 혐의 전반 살핀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는 이날 오전 10시 20분부터 조씨에 대한 첫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이날 조사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부장인 양동우검사(사법연수원 33기)가 담당한다. 검찰은 이날 조씨가 받고 있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아동음란물제작)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7개 혐의 전반을 개괄적으로 짚으면서, 조씨의 인정·부인 부분을 정리하는 형태로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는 11시35분쯤 점심 식사를 위해 잠깐 중단됐다가 오후에 재개됐다.
 
이날 조사 전에는 조씨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됐던 법무법인 오현 소속 변호사가 검찰과 간단한 면담을 나눴다. 다만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힌 만큼 검찰도 이를 조씨에게 고지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조씨에게 변호인을 추가로 선임할 것인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오현 측은 사임계를 내면서 “조씨가 아니라 조씨의 가족이 사건을 의뢰했고, 의뢰 당시 들은 사실관계와 직접 확인한 사실관계가 달랐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박사방’까지 사건 개요[중앙포토]

텔레그램 ‘n번방’에서 ‘박사방’까지 사건 개요[중앙포토]

 

초대 성평등담당관이 n번방 수사 맡는다

해당 사건 주임검사는 팀장인 유현정(31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다. 성범죄 전담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한 유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에도 남다른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유 부장검사는 앞서 대검찰청 양성평등담당관실 출범과 함께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신고 접수와 상담 업무 등을 전담하는 초대 고충전담창구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에도 성범죄 전담부서에서 장기간 일한 경력과 함께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점 때문에 초대 담당관에 보임됐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출범하던 2011년에도 평검사로 당시 신종 성매매의 일종인 ‘스폰카페(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한 성매매)’등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  
대검찰청 양성평등담당관실 현판식에서 당시 유현정(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초대 양성평등담당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대검찰청 양성평등담당관실 현판식에서 당시 유현정(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초대 양성평등담당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검찰 내 여성아동범죄전문검사 커뮤니티에서도 활동 중인 유 부장검사는 최근 커뮤니티 주최로 젠더 세미나에 참여하는 등 성범죄에 관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성범죄 판결 분석 및 수사 시 유의사항’ 책자를 펴냈는데, 유 부장검사도 강제 추행 부분 집필진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로도 일한 바 있다.

 

신상정보·수사상황 기소 전 공개…포토라인은 폐지  

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기소 전에도 조씨의 실명과 구체적 지위 등 신상정보와 일부 수사상황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이같이 결정된 것이다. 
 
다만 26년 동안 유지돼온 검찰 포토라인 관행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시작하며 훈령을 개정해 없어졌다. 개정 전 검찰은 피의자의 소환 또는 조사 사실이 알려져 촬영 경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될 때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씨가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중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씨가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중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반문명적 범죄” “무관용 원칙” 檢, 끝까지 쫓는다

n번방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TF팀은 강력부·범죄수익환수부·형사11부(출입국·관세범죄전담부)를 포함한 4개 부서 21명(검사 9명, 수사관 12명)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TF팀 첫 회의에서 수사팀 내 역할 배분과 함께 향후 보강 수사 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검찰 TF팀은 회의 이후에도 전날 오후 경찰에서 넘겨받은 조씨의 사건 기록을 늦게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앞으로 최대 20일 동안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와 검찰을 오가며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문명적·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검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윤 총장은 대검 형사부장에게 관련 수사 상황을 매일 오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모든 관련자들을 적발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수사팀을 독려했다고 한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