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前소장 "조국 딸 인턴서, 의전원에 쓰일줄 상상도 못해"

지난해 10월 2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정 교수의 모습.[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정 교수의 모습.[연합뉴스]

“인턴확인서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들어간다는 건 전혀 몰랐습니다. ‘대학원을 어떻게 이렇게 뽑지’ 생각했습니다.”

 
이광렬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29)씨에게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준 건 맞지만 의전원에 제출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경심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소장은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조씨를 KIST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해주고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준 사람이다. 정작 조씨가 참여한 프로그램을 관리·감독했던 정병화 KIST 센터장은 이 전 소장에게 “조씨가 성실하지 않다”는 취지로 불만을 표했다.

 
이날 이 전 연구소장은 “조씨가 대학원이나 다른 인턴을 하기 위해 해당 서류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식으로 쓰일 줄 상상도 못 했다”고 강조했다. 조씨에게 건넨 인턴확인서는 어떤 활동을 했다는 추천서(reference letter)에 불과한 내용이라 입시 등 공식적인 자료에 쓰일 만한 게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전 연구소장은 정 교수의 말을 믿고 조씨가 인턴을 제대로 수료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증명서를 발급한 건 자신의 불찰이 맞다고 인정했다. 엄밀하게 사실관계를 다 확인한 후 작성했어야 하는데, 정 교수가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대로 확인서를 작성했단 것이다.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50주년 기념 조형물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최준호 기자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50주년 기념 조형물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최준호 기자

정 교수는 조씨가 KIST에서 인턴을 한 지 2년이 지난 2013년 5월 이 전 연구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확인서를 부탁했다. 정 교수는 “(조씨가) 7월 11일부터 주5일 9시부터 6시까지 약 2 내지 3주 정도 진행하다 팀 내 타 실험조에서 야기된 분란으로 인턴십이 중도하차하게 되었다”고 메일을 보냈다. 조씨가 주로 영문 논문을 읽고 분석하는 일과 실험 준비 및 보조를 했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이에 이 전 연구소장은 확인 절차 없이 영문과 한글로 된 인턴확인서를 작성해 PDF 파일로 정 교수에게 건넸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이 전 소장은 “조씨가 프로그램을 수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 교수 입장에서는 정 센터장에게 확인서를 작성해달라고 부탁하기가 심적으로 어려웠고, 친구인 나에게 부탁하는 것이 편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 “내 입장에서는 친구인 정 교수가 부탁하는데 한국 정서상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이메일에 ‘2 내지 3주’라고 적힌 부분을 지적하며 “정 교수가 요청에서 써줬다는 게 확실한 기억이냐”고 재차 물었다.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이 전 소장은 “이 일을 겪으며 스스로 느낀 점 등 마지막으로 할 말 있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과학기술에 뜻 있는 학생에게 기회를 주려 했던 게 의전 입시에 이용됐다는 상황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기술자로서 젊은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습하고 연구하는 것은 학생과 나라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며 “이런 사건이 취지를 왜곡하는 등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에서 맡고 있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기소된 사건과 기존 25부에서 맡은 정 교수 사건을 병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정 교수측이 병합신청서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같은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출석하게 됐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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