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레깅스 족, 등산 즐기고 하이힐 자주 신다 ‘발 병’ 난다

생활 속 한방

소강상태에 접어들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최근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몰릴 수 있는 실내를 피해 산행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요즘 등산객들 가운데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레깅스 족’의 증가다. 최근 레깅스는 운동복이자 일상복으로 활용되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등산객 중 레깅스 족이 늘었다는 것은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느낀 젊은 층이 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운동 시간이 길고 열량소모가 큰 등산은 근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만큼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발바닥이 산행 내내 상당한 압력을 받아 부상에 취약해질 수 있어서다. 더구나 두 달여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량이 많이 줄어든 이때 갑작스레 등산에 나설 경우 발에 부상을 입을 확률은 더욱 커진다.
  
약침 등 한방 치료, 통증 완화 효과
 
발사용량이 늘어나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족저근막염을 들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막인 족저근막에 염증이 발생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족저근막염 환자는 2014년 18만4명에서 2019년 27만6525명으로 크게 늘었다. 남성보다 발 근력이 약한 여성에게서 1.3배 더 많이 발생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최근 족저근막염은 레깅스 족으로 대변되는 젊은 여성들에게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발바닥에 부담을 주는 등산·조깅 같은 취미 생활과 하이힐·플랫슈즈 등 굽이 딱딱한 신발을 자주 착용하는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발을 옆에서 보면 보통 발바닥 안쪽에 자연스러운 아치가 자리 잡고 있는데, 걸을 때 한쪽 발에 체중이 실리면 이 아치의 높이가 낮아진다. 활로 비유하면 구부러져 있던 활대가 펴지는 모습과 비슷하다. 활대가 펴지면 활대의 양 끝에 연결된 활시위는 팽팽해지는데 이때 활시위가 족저근막에 해당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갑자기 운동량이 많아졌거나 오래 걸어 다닌 경우,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 경우, 굽이 딱딱한 신발을 장시간 신은 경우 등 족저근막이 자주 팽팽해지면 손상이 누적돼 결국 족저근막이 찢어지게 된다. 이 찢어진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딜 때 발꿈치 안쪽을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다. 자면서 이완됐던 족저근막이 일어나 걷는 순간 갑자기 긴장하기 때문이다. 염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걷다 보면 통증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염증이 만성으로 악화하면 통증의 빈도와 강도가 심해져 보행마저 어려워지게 되기도 한다. 발의 통증으로 인해 걷거나 서 있는 자세가 변형되면 허리 통증까지 나타날 수 있어 방치해선 안 된다. 족저근막염이 의심될 때 하는 간단한 자가 진단법이 있다.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잡아당기거나 뒤꿈치를 들고 섰을 때 발바닥 통증이 심하다면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족저근막염 환자의 95%는 스트레칭과 마사지·족욕 등 보존적인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술은 적어도 6개월간의 보존적 치료를 한 이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
 
한방에서는 약침·침·한약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족저근막염을 치료한다. 먼저 한약재 추출물을 경혈에 주입하는 약침으로 뒤꿈치 부분에 발생한 염증을 빠르게 제거하고 침 치료를 통해 발바닥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완화해 통증을 가라앉힌다. 이와 함께 근육과 인대를 회복시키는 한약을 먹으면 손상된 근막을 보호하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한방 치료는 단순히 통증을 경감시키는 대증치료와 달리 근본적 원인을 개선할 수 있다.
 
대전자생한방병원과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족저근막염 환자 4명의 임상증례 보고 논문에서는 항염증과 신경·연골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가 입증된 GCSB-5(청파전)를 기반으로 한 약침인 신바로약침과 침 치료만으로도 족저근막염의 치료경과가 크게 좋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0에서 10까지의 통증 수치를 나타내는 대표적 통증 평가척도인 NRS(Numeric Rating Scale)를 통해 치료 전후 통증 수치를 비교한 결과, 치료 전 환자 4명 모두 NRS 10의 격한 통증을 호소했으나 치료 이후에는 통증 정도가 최소 6(중간 통증), 최대 2(약한 통증)까지 감소했다.
 
해외 연구도 한방 치료의 효과를 뒷받침한다. 2011년 그리스 아테네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연구팀은 족저근막염 환자 38명을 보존적 치료 그룹과 침 치료 병행 그룹으로 나누고 두 그룹 간의 통증 감소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얼음찜질과 항염증제·스트레칭 등 보존적 치료만 받은 그룹은 통증이 평균 26%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침 치료를 병행한 그룹은 통증이 47% 줄었다.
  
발 혹사시키는 습관 안 바꾸면 재발
 
그러나 치료를 받고 족저근막염이 완치됐다고 해서 재발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족저근막염은 발을 혹사하는 작은 습관이 미세한 손상으로 쌓이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귀가 이후 온수로 족욕을 하며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주고 발바닥 근육을 풀어주는 것을 추천한다. 체중을 감량해 발바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지압법도 도움이 된다. 안쪽 발등과 발바닥 사이 움푹 파인 곳에 있는 ‘연곡혈’과 종아리에 힘을 줬을 때 근육이 갈라지는 곳의 ‘승산혈’을 지압하면 발과 종아리의 근육을 효과적으로 풀어줘 족저근막염 완화와 예방에 효과적이다. 이외에 평소 발바닥, 발목, 종아리 등을 자주 스트레칭해줘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을 늘려주는 체조를 병행해주는 것도 족저근막염의 재발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문자영 천안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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