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쇄살인범 최신종, 8년전에도 "명치 쑤셔야 간다"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피의자 최신종(31세)의 얼굴. 최씨는 8년전에도 특수강간 및 폭행, 협박 범행을 저질러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뉴스1]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실종된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피의자 최신종(31세)의 얼굴. 최씨는 8년전에도 특수강간 및 폭행, 협박 범행을 저질러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뉴스1]

여성들을 연쇄살인한 혐의를 받는 전 씨름선수 최신종(31·구속)은 2012년 한 여성을 강간하고 감금 및 협박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는 여성에 대한 최씨의 잔혹한 행동이 상세히 담겨있다. 8년 전 최씨의 범행은 그의 연쇄살인을 경고하는 살인범의 지문이었을까. 
 

연쇄살인 최신종의 범죄  

당시 법원이 인정한 최씨의 다섯가지 범행은 단 하루만에 일어났다. 피해자가 만나주지 않자 최씨는 피해자의 가족을 협박했다. 가족을 해치지 않을테니 피해자에게 잠시 바람을 쐬고 오자고 말했다. 그렇게 악몽은 시작됐다. 
 
최씨는 렌트한 차에 미리 준비한 20㎝ 식칼을 피해자의 명치에 들이댔다. 최씨는 "내가 너 못 죽일 것 같지"라며 폭행했다. 이후 차 안에서 피해자에게 칼을 쥐어주며 "나를 찔러 죽여라. 명치에 칼을 쑤셔 넣어야 한번에 갈 수 있다. 칼을 떨어뜨리면 네가 죽는다"고 협박했다. 최씨는 피해자를 6시간 동안 감금했고 식칼로 협박한 뒤 목을 졸랐고 성폭행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협박과 감금, 성폭행 모두 죄질이 매우 안좋은 사례"라 말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최씨가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최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양형도 가장 낮은 하한형을 적용했다. 또한 "최씨의 나이가 많지 않고 교정 가능성이 있다"며 성범죄자 신상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최씨는 피해자와 합의하고 재판부에 다섯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는 감형사유인 반성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최씨는 압수당한 식칼로 피해자를 협박하며 성폭행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지한 반성이라 보긴 어려운 지점이다.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부산에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출동한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부산에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출동한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형적인 기계적 집행유예 판결" 

현직 시절 성폭력범죄 전담 검사였던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최씨의 집행유예 판결에 "사건의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기계적 판결"이라 지적했다. 피해자와 합의를 한 강간범의 경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왔던 법원의 양형 공식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이렇게 죄질이 안좋은 사안에 실형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8년 전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인식과 성인지감수성이란 개념이 부각된 현재 법원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 최씨 사건을 다시 판결했다면 실형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전형적 사례란 것이다. 
 

재심으로 집행유예 추가감형 받아  

최씨는 2015년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혐의 중 하나였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의 일부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며 위헌결정을 내리자 2016년 재심을 청구했고 2017년 집행유예 1년을 감형받았다. 이미 하한형으로 감형돼 집행유예를 받았음에도, 또한번 감형된 것이다. 최씨의 최종형량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다.
 
경찰은 최씨가 랜덤채팅앱을 통해 1000여명이 넘는 여성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피해 여부를 수사중이다. 최씨는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라 신상은 공개됐지만 포토라인엔 서지 않는다. 그는 아내의 지인인 30대 여성과 채팅앱을 통해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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