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이마 찢어졌는데···'계모 가방' 9살, 살릴 기회 놓쳤다

숨진 9세 아동 엉덩이·손·발에 오래된 멍 발견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오후 10시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이 병원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에 A군(9)과 계모 B씨(43)가 치료를 위해 응급실을 방문했다. A군은 이마가 2.5㎝ 찢어져 있었고, 의료진은 아이의 이마를 꿰맨 뒤 단독으로 면담했다.
 
B씨가 “아이가 욕실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말했으나 아동 학대가 의심됐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A군을 진찰하는 과정에서 엉덩이와 손, 발에서 오래된 멍이 발견된 점을 수상히 여겼다. 이 병원 관계자는 “면담에서 A군이 맞았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 아이를 진찰한 교수는 B씨에게 ‘체벌은 좋지 않은 훈육 방법이다’라고 말한 뒤 돌려보냈다”고 했다. 병원은 이튿날 학대아동위원회를 개최해 A군 상처를 학대로 판단하고, 지난달 7일 오전 8시 경찰에 신고했다.
 
계모에 의해 7시간가량 여행용 가방에 감금됐다가 지난 3일 숨진 A군은 한 달 전쯤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병원 측은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렸으나,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 사건을 아동 학대로 판단하지 않았다. 지속적인 폭행 정황이 없는 데다 A군과 B씨가 조사 과정에서 “혼자서 욕실에 부딪혀 다쳤다”고 진술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A군의 상처를 사진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어서 당시 학대에 대한 심각성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었다”며 “상담 과정에서 A군이 부모에 대해 눈치를 보거나 심각한 트라우마를 보이지 않았고, 가족 모두 분리 조처를 원하는 상황이 아니”고 말했다. 경찰은 A군과 B씨를 분리 조처하지 않기로 하고, 이들을 모니터링(관찰)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 정황 발견 못 해" 

천안 의붓아들 여행가방 감금

천안 의붓아들 여행가방 감금

 
 
A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에서는 5월 초 벌어진 폭행 사건을 모르는 상태였다. 학교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A군 사건을 학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지원청이나 학교에 통보하지 않은 것 같다”며 “A군이 숨지고 나서야 지난달 발생한 사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가정폭력이나 학대 등 정황이 있었으면 학교나 교육지원청에 통보하는데 5월 초 사안은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A군은 친구들과 관계도 좋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이었다. 가정에 불화나 어려움은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폭력 행위 등이 확인되면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로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9월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피해아동 응급조치 현황에 따르면 상담원이 응급조치를 한 건수는 873건이다.

학교 측 "한 달 전 폭행 사건 알지 못했다"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이 중 가장 많은 조치는 피해아동 보호시설 인도(3호)로 813건(80.4%)에 이른다. 피해아동 응급조치 1호는 아동학대범죄 행위 제지, 2호 아동학대 행위자를 피해아동으로부터 격리, 3호 피해아동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4호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아동을 의료기관으로 인도 등이다.
 
학대행위자 연령의 경우 40대가 1만1065건(45.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가 6520건(26.5%), 50대 3926건(16.0%), 20대 1866건(7.6%), 60대 577건(2.3%), 70세 이상 245건(1.0%), 19세 이하 86건(0.3%)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은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이다. 2018년 숨진 아동 중 15명은 남아, 13명은 여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세 미만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1세 8명, 4·5·7·9세 각 2명, 6·8세 각 1명씩이다.
 
천안=최종권·신진호·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