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병원 가서도 꼭 찍으라고? QR코드 사생활 침해 논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앙성결교회에서 교인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범운영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앙성결교회에서 교인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범운영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전자출입명부 의무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전자출입명부에 사용되는 QR코드에 개인의 신상 정보가 담겼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QR코드 전자출입명부는 오는 10일부터 전국 코로나19 고위험시설에 의무 도입된다.  
 

개인정보 담긴 QR코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일부터 서울과 인천, 대전에서 전자출입명부를 시범 도입했다. 이들 지역의 일부 교회와 도서관, 노래방, 클럽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으로 개인정보가 담긴 QR코드를 발급받아 제시해야 한다. 시설 관리자는 이러한 QR코드를 스캔해 방문기록을 저장하게 된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입명부를 수기로 작성하게 했으나 허위 작성 사례가 잇따르며 방역에 구멍이 생기자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전자출입명부 이용 시 이름·연락처·시설명·출입시간 등 방역에 필요한 개인정보와 방문기록이 수집된다. 이들 정보는 암호화돼 저장되고 4주 후 파기된다.
 

“유출사례 수없이 많아”

QR코드 전자출입명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역대책으로 기대가 크지만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사생활의 비밀 침해가 심각하고 새로운 개인감시시스템이 될 우려가 크다”며 제도의 도입 중단을 강하게 촉구했다. 
 
특히 전자출입명부가 법률적 근거가 없음을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전자출입명부는 접촉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학조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감염병 역학조사규정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법이 예정하지 않은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앙성결교회에서 교인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범운영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앙성결교회에서 교인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범운영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QR코드를 활용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일상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방역 책임을 고려해 공공기관부터 은행이나 식당 등 민간업체들까지 QR코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보편적인 서비스조차 이용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가 안전하게 보관되고 목적대로만 쓰인다면 괜찮겠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방문기록은 QR코드 발급회사(네이버)와 공공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에 분산 저장된다고 밝혔다.
 

10일부터는 의무 도입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코로나19로 PC방과 노래방을 안 가고 있다는 김형일(24)씨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유흥시설 뿐 아니라 카페에도 이 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송민(22)씨는 “7차 감염 확진자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최대한의 방역 조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만큼 전자출입명부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유씨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입법 과정 없이 개인정보 수집의 수단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민(28)씨는 “노래방을 들어갈 때조차 QR코드를 찍어야 하는 건 과한 것 같다”며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보호 등 여러 이슈가 있음에도 급하게 추진하는 국가중심적인 정책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프랑스 유력 경제신문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망 구축에 대해 “한국은 감시와 밀고에 있어서 세계 두 번째 국가”라고 주장한 글을 게재하며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시범 운영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보완한 뒤 오는 10일부터 유흥업소, 노래방, 공연장 등 코로나19 집단감염 고위험시설에 전자출입명부 도입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영화관과 병원, 교회 등 일반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도 자율적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