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바르고 우아하게 걷고 싶나요? 왈츠를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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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사진 강신영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30)

도시에 살다 보니 사람들의 걷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전철역에서는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관찰하기도 한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눈에 보이기 때문에 보는 것이다.
 
그런데 본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걸음걸이에서 품격이 나타난다. 잘 차려입은 신사들은 걸음걸이도 품격이 있다. 그러나 술 한잔 걸친 아저씨들은 걸음걸이부터 난장판이다. 남들이야 있건 말건 자기네들 일행끼리 줄을 서서 마구 떠들며 지나간다. 그러니 ‘꼰대’라고 욕을 먹는 것이다.
 
본인들은 잘 모르지만 걸음걸이에는 품격이 나타난다. 신사의 걸음걸이가 있는가 하면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난장판의 걸음걸이도 있다. [중앙포토]

본인들은 잘 모르지만 걸음걸이에는 품격이 나타난다. 신사의 걸음걸이가 있는가 하면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난장판의 걸음걸이도 있다. [중앙포토]

 
걸음걸이의 품격은 걷는 자세에서 나온다. 일단, 상체는 목은 세우고 가슴을 펴고 똑바로 앞으로 보는 자세가 보기에 좋다. 댄스를 오래 한 사람들은 몸에 배어 저절로 나오는 자세다. 어깨를 흔들며 걷는 사람은 품격이 떨어져 보인다. 조직 폭력배도 아니면서 건들거리며 걷는 것이다. 좌우로 기우뚱거리는 정도가 심하면 더 안쓰러워 보인다. 제 딴에는 힘이 넘치니 건드리지 말라는 시위처럼 보인다. 아니면 그냥 똑바로 걷기는 쑥스럽고 민망한 모양이다. 남들은 봐주지도 않는데 앞주머니에 손까지 쑤셔 넣고 걸으면 더 볼만하다. 팔도 자연스럽게 가볍게 흔들며 걸어야 한다. 팔이 몸에서 벌어지면 바로 상체 자세가 흔들거리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막춤부터 시작한다. 나이트클럽에 가면 귀를 찢는 듯한 음악에 몸을 맡기며 마구 흔들어대는 춤이다. 당연히 어깨도 출렁거린다. 처음에 자이브를 배울 때 음악이 워낙 신나다 보니 어깨를 흔들어 봤다. 사람은 흥이 겨우면 저절로 어깨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장 상체를 움직이지 말라는 강사의 호령을 들었다.
 
자이브는 라틴댄스 중에서도 막춤에 가까운 흥겨운 춤이므로 사실 어깨를 좀 흔들 수도 있다. 그러나 어깨를 흔들면 다른 동작이 죽는다. 룸바, 차차차를 배우면서 상체를 흔들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체가 똑바로 있어야 바디 무브먼트가 보이는데 어깨를 흔들면 어깨만 보이고 바디 무브번트가 안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스탠더드 댄스를 하면서 더욱 상체를 고정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머리, 양팔과 함께 상체를 마치 형틀에 가둔 듯해야 한다. 퀵스텝이 그나마 흥겨운 음악과 함께 하지만, 이 춤도 어깨를 흔들면 안 된다. 스탠더드 댄스는 우아한 큰 방이라는 뜻인 볼룸에서 추던 고고한 귀족의 춤이다.
 
라틴댄스는 자연스러운 각도로 발을 벌린다. ‘토 턴 아웃(Toe Turn Out)’이라고 해서 특별히 八(팔)자로 발을 벌이는 스텝도 있다. 그래서 라틴댄스를 오래 한 사람들은 걸을 때 八字(팔자) 걸음을 걷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인의 팔자걸음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무릎이 벌어지지 않는다.
 
스탠더드 댄스에서 익힌 자세는 평소 걸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왈츠를 제대로 배운 사람은 대부분 걸음걸이 자체가 단정하고 깨끗하다. [사진 pickpik]

스탠더드 댄스에서 익힌 자세는 평소 걸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왈츠를 제대로 배운 사람은 대부분 걸음걸이 자체가 단정하고 깨끗하다. [사진 pickpik]

 
댄스스포츠의 원조인 발레에서도 발을 팔자로 벌리는 동작을 많이 하지만, 무릎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팔자걸음을 걷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릎이 벌어진다. 여기에 머리는 숙이고 어깨까지 건들대면 최악이다. 그렇게 걸으면 앞으로 진행하기보다 옆으로 지그재그가 되어 걷는 속도도 비효율적이 될 수밖에 없다.
 
스탠더드 댄스는 ‘一字(일자) 걸음걸이’ 방식이다. 다리 사이에 파트너와 발이 교차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 팔자로 발을 하고 있으면 발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스탠더드 댄스에서 익힌 자세가 걷는 자세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왈츠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걸음걸이 자체가 단정하고 깨끗하다.
 
걷는 방식도 스탠더드 댄스에서는 뒤꿈치부터 닿게 한다. 뒤꿈치가 바닥에 안정적으로 디디면서 그 힘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후륜 구동방식이다. 체중이 뒤꿈치부터 차례로 앞꿈치로 이동한다. 그러나 반대로 해보면 앞꿈치가 먼저 닿으면서 허리가 앞으로 숙여진다. 체중도 앞에 쏠리면서 돌부리에라도 걸리면 그대로 넘어지는 것이다. 앞꿈치를 쓰면 앞꿈치 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체중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무릎 관절에도 부담이 더해진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잔걸음을 걷는 사람도 많다. 사교춤에도 그런 춤이 있다. 보통 사람보다 보폭을 작게 해서 걷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하중이라도 얹어주니 도움이 되겠지만, 다리 근육 강화 측면에서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산행을 해 보면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내려갈 때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발 딛음을 잘못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흙길은 내려갈 때 뒷꿈치가 먼저 닿게 하면 안정적이다. 혹시 바닥이 마사토나 낙엽으로 미끄러지더라도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땅에 닿아 크게 다치지는 않는다. 요즘은 가파른 경사도에서는 나무 데크를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이런 데서는 내려갈 때는 앞꿈치를 쓴다. 그러면서 무릎을 살짝 굽혀주면 안정도도 좋아지고 속도도 빠르다. 왈츠 출 때 앞꿈치를 사용하는 요령이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들면 등이 굽은 사람, 목이 거북목처럼 굳어진 사람, 어깨 상부가 두툼하게 앞으로 굽은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고치기 어렵지만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하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사진 pxhere]

나이가 들면 등이 굽은 사람, 목이 거북목처럼 굳어진 사람, 어깨 상부가 두툼하게 앞으로 굽은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고치기 어렵지만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하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사진 pxhere]

 
몸을 좌우로 기우뚱하게 하여 건들거리며 걸으면 착지에 힘이 더 해져 안정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체중이 과도하게 한쪽에 쏠리기 때문이다. 낙상사고의 원인은 체중의 배분을 잘 못하기 때문에 균형을 잃어서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유도에서 상대방의 체중 이동을 이용하여 기술을 거는 것을 보면 원리가 같다. 댄스인들은 ‘센터 밸런스(Center Balance)’라 하여 가운데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균형 감각이 좋은 것이다. 층간 소음의 원인 중에 아이들이 뛰면서 생기는 갈등도 있지만, 멀쩡한 어른들이 걸을 때 체중을 얹어 충격을 주면서 쿵쿵 소리가 난다. 사뿐사뿐 걸으면 소리가 안 난다.
 
나이가 들면 등이 굽은 사람이 많다. 목이 거북목처럼 굳어진 사람도 있고 어깨 상부가 두툼하게 앞으로 굽은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고치기 어렵다. 다만, 자기의 잘못된 체형을 인정하고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하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허리가 굽은 사람도 있다. 이 경우는 허리 근육이 약해져서 그렇다. 노인의 특징이다. 스스로 인식하고 고치려 하지 않으면 그대로 굳어진다.
 
더 나이 들어 바른 자세로 뒷짐지고 여유 있게 동네 한 바퀴를 돌 것인가, 아니면 지팡이 짚고 엉금엉금 걸을 것인가는 지금 생각해봐도 눈에 선할 것이다. 댄스가 내게 남겨준 좋은 습관이라는 것이 걷는 데에도 평생 도움이 되는 것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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