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 글 놔둔 저커버그···직원에도 욕먹고 두손 들었다

페이스북이 폭력 위협이나 유권자의 투표를 방해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에 대한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을 제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일자 기존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 위에 '인종적 정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5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중앙포토]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중앙포토]

 
저커버그는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서도 인종적 정의와 유권자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며 흑인 사회를 향해 손을 내미는 발언도 했다.  
페이스북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연관된 계정 약 200개를 삭제했다고도 밝혔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폭력 미화" 딱지 붙인 트위터와 다른 길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는 글을 남겼다.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하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약탈하면 발포할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약탈하면 발포할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같은 글에 대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다르게 대응했다.  
 
트위터는 당일 해당 게시물에 “폭력 미화 소지가 있다”며 ‘경고’ 딱지를 붙였다. 28일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정확하지 않거나 논란이 있는 정보를 계속 선별할 것”이란 메시지를 밝혔다.  
 
반면 페이스북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30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개인적으로 이런 선동적 미사여구에 부정적이지만 가능한 많은 표현을 쓸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게시글을 놔두는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입장은 구체적인 피해, 즉각적인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 이상 가능한 많은 표현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에 헌신해야 할 기관 대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이 같은 입장은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2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저커버그의 입장에 불만을 품은 엔지니어 두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창업 16년 역사상 가장 격렬한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 임원들도 저커버그 비판에 가세했다. 라이언 프리타스 뉴스피드 제품 디자인 담당 이사는 “마크는 틀렸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앤드루 크로운 영상통화 디자인 실장은 “마크가 입장을 바꾸도록 시도할 것”이라고 역시 트위터에 적었다.  
 

페이스북 전 직원들 “내가 알던 페이스북 아니야”

 
전 근무자들의 공개 비판 성명까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3일 보도에서 전직 페이스북 소통 책임자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직원 30여 명이 실명으로 주커버그의 트럼프 트윗에 대한 대응이 페이스북의 정체성에 대한 "배신"이라고 공개 비판했다고 전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비무장 상태인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FP=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비무장 상태인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FP=연합뉴스

이들은 "페이스북 지도자들은 정치적 자유에 대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인들을 팩트체킹하고, 잘못된 게시물에는 '거짓' 딱지를 붙여야 한다"로 시작하는 입장문을 냈다.  
 
"우리 그룹은 페이스북으로 자라났지만, 더는 우리가 알던 그 페이스북이 아니“라며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한 번도 중립적이었던 적이 없다. 세상을 더 공개적이고, 연결되게 만드는 것, 공동체를 강화하고, 모든 사람에게 목소리를 주는 것, 이런 것들은 중립적인 개념들이 아니다. 팩트 체킹은 검열이 아니다. 폭력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딱지를 붙이는 건 권위주의가 아니다. 제발 당신들의 입장을 재검토해달라"
 
이들은 또 "이 회사의 오래된 직원으로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표현의 자유와 연결의 자유를 고양하는 회사로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는 권력자들의 발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고 적었다. 이들은 정치인의 발언이 "세상의 기준을 세우고, 동의 구조를 만들며, 폭력에 권위를 부여하고, 이것들은 알고리즘에 따라 퍼진다”고도 주장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