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관은 못 보고 떠났지만 코로나 시대 모두를 위로하길”

13일 첫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을 공개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그의 음악 인생을 이야기할 때면 곳곳에서 지난 2018년 12월 세상을 떠난 전태관의 이름이 등장했다. 창문 밖에 선 사진기자의 그림자 안으로 김종진이 들어와 마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3일 첫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을 공개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그의 음악 인생을 이야기할 때면 곳곳에서 지난 2018년 12월 세상을 떠난 전태관의 이름이 등장했다. 창문 밖에 선 사진기자의 그림자 안으로 김종진이 들어와 마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원래는 (전)태관에게 보여주기 위해 찍은 영상이었어요. 30주년 콘서트를 위해 두 달 동안 연습했는데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태관이 연습실을 돌아다니면서 밴드 멤버들도 좀 갈궈주고 막말도 좀 날려주면 다들 깔깔대며 웃느라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졌거든요. 건강이 안 좋아서 올 수 없는 태관을 위해 선물 하나 하자면서 마지막 리허설을 촬영하게 됐어요.”
 
13일 공개된 봄여름가을겨울의 첫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pt.1’의 탄생 비화다. 전태관에게 보여주기 위해 리허설을 찍었다가 이 영상과 음원을 활용해 만든 앨범이란 얘기다. 발매에 앞서 만난 김종진(58)은 “2018년 8월 CJ아지트 공연장을 대관해 촬영했는데 정작 태관은 보지 못했다. 편집에 3주 정도 소요되는데 9월에 복수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홀에서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고, 전태관의 곁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팬들과 함께 30주년을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30년간 같이 걸어온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것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누군가 곁에 있는 느낌, 묘한 위로 돼”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영상. 지난 2018년 8월 CJ 아지트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사진 신웅재 작가]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영상. 지난 2018년 8월 CJ 아지트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사진 신웅재 작가]

30주년 콘서트 마지막 리허설 날 밴드 멤버들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신웅재 작가]

30주년 콘서트 마지막 리허설 날 밴드 멤버들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신웅재 작가]

그해 12월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후 잊고 있던 영상을 떠올리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었다. 예정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함께 음악을 즐기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던 것.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폼페이 라이브를 봤어요. 지인들과 각자 집에서 보고 있는데 모바일 채팅방에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오더라고요. 비록 혼자 보고 있지만 누군가 곁에 있는 느낌이 들면서 묘한 위로를 받게 되더라고요. 언택트 시대를 맞아 무료로 공개되는 공연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난 거죠.”
 
하여 이번 라이브 앨범에 수록된 16곡은 기본적으로 지난해 1~2월 열린 30주년 소극장 콘서트에서 선보인 셋리스트와 동일하다. 1988년 발표한 1집 수록곡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로 시작해 이정선의 곡을 리메이크한 3집 수록곡 ‘외로운 사람들’(1992)로 끝난다. 그는 “그때는 태관을 생각하며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라는 노랫말이 떠올라 마지막 곡으로 선택했는데 요즘 시대와도 맞는 곡이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오는 30일에는 7집 타이틀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2002) 등 영상 2편과 함께 라이브 앨범 pt.2 음원 8곡이 추가로 공개된다.  
 

“빛과 소금 함께 한 봄빛 앨범은 오랜 꿈”

1986년부터 음악 활동을 함께 해 온 전태관과 김종진.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엔터테인먼트]

1986년부터 음악 활동을 함께 해 온 전태관과 김종진.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엔터테인먼트]

봄여름가을겨울은 그동안 8장의 정규 앨범 외에도 12장의 라이브 앨범을 발표해 왔다.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연주곡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김종진(기타)ㆍ전태관(드럼)ㆍ장기호(베이스)와 유재하(키보드) 탈퇴 후 합류한 박성식(키보드) 등은 지금 밴드 신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대급 조합이다. “그때는 무대 음악가들의 전성기였어요. 오늘 연주자가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공연을 쫓아다닐 때니까요.” 지난해 12월에는 전태관 1주기를 맞아 빛과소금(장기호ㆍ박성식)과 함께 ‘봄빛’이라는 이름으로 동창회 콘셉트의 미니앨범 ‘리유니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종진은 “형들이 15년간 악기를 쉬었다는데 여전히 환상적인 연주를 선보여서 깜짝 놀랐다. 정말 천재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실 ‘봄빛’은 저희의 오랜 꿈이었어요. 태관 없이 하게 돼서 참 속상한 일인데…. 흠모하던 형들과 언젠가 꼭 다시 작업할 날이 오길 바랐거든요. 저희는 보통 회의를 하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아이디어를 막 던지고 그중에서 절대 못 하겠는 건 제외해 가는 식으로 다음 앨범 콘셉트를 잡았어요. 90년대 초에 드럼 없이 앨범을 내자고 했다가 태관한테 혼나기도 했죠. 당시 음악이 점점 헤비해져서 자연 회귀적인 게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윤종신ㆍ윤도현ㆍ황정민 등 각계각층의 선후배들이 참여한 30주년 헌정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2018)이나 30일간 각기 다른 게스트를 초대한 30주년 콘서트도 모두 그동안 쌓아온 아이디어에서 기반을 둔 프로젝트다. 
 

“봄여름가을겨울 류 음악도 생기길 바란다”

지난해 12월 빛과 소금(장기호 박성식)과 함께 앨범을 발표했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엔터테인먼트]

지난해 12월 빛과 소금(장기호 박성식)과 함께 앨범을 발표했다. [사진 봄여름가을겨울 엔터테인먼트]

이제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은 어디로 흘러갈까. 그는 “세상에 소멸하지 않는 건 없다”며 “밴드로서 활짝 피었고 이제 자연스럽게 죽음을 준비할 시기”라고 했다. “나무도 한창 자랄 때는 위로 뻗어 나가지만 나이가 들면 아래로 축 처지잖아요. 예전엔 30주년 정도 되면 후배들에게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이름을 물려주자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것도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이제는 선배들의 유산을 이어받기보다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하고 싶어하는 시대잖아요. 아이돌은 가수 출신 제작자도 많은데 이른바 정격음악은 그런 게 없어서 좀 아쉽기도 하고요. 바둑도 조치훈 류, 조훈현 류가 있어서 제자들이 따라가는 것처럼 봄여름가을겨울 류의 음악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는 “재즈클럽ㆍ예배당ㆍ폐교 등을 빌려서 후배들의 음반을 제작해 보고 싶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재즈클럽은 음악가들의 공간이고, 예배당은 교회ㆍ성당ㆍ절 할 것 없이 모두 영적인 공간이잖아요. 초등학교는 추억의 공간이고. 공간에도 의미를 부여해서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염원이 음악에 스며들어서 청중에게도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 이전 시대를 그리워할 테고, 그렇다면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몽타주를 가능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연 영상 활용한 영화도 나올 예정”

가수 김종진씨가 9일 강남구 언주로 우성캐릭터빌 휴게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가수 김종진씨가 9일 강남구 언주로 우성캐릭터빌 휴게실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기자

공연마다 틈틈이 촬영한 영상을 활용한 영화도 나올 예정이란다. 그는 “1988년 데뷔 때부터 영상을 찍었는데 그동안 비디오테이프에서 디지털로 촬영 장비가 다 바뀌기도 했고, 자료 화면이 너무 많아서 보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릴 것 같지만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면서 “장편 극영화로 만들면 어느 정도 각색이 더해지지 않겠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퀸 공연 장면처럼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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