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후 극단적 선택 경찰 ‘업무비 지적?’…별건 감찰 논란

음주사고 후 감찰을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한 경찰관이 남긴 메모. 사진 숨진 경찰관 유족 측

음주사고 후 감찰을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한 경찰관이 남긴 메모. 사진 숨진 경찰관 유족 측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직위해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강원도 내 경찰서 소속 경찰관에 대한 ‘감찰 수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숨진 경찰관 A씨의 유서 등에서 음주운전 외 다른 부분에 대한 경찰청의 감찰 조사가 있었다는 내용이 나와서다. A씨가 아내에게 남긴 유서엔 음주운전이 아닌 업무비 감찰 조사에 압박을 느낀 심경 등이 담겼다. 또 A씨가 남긴 수첩엔 ‘본청 감찰관 점심 허위증빙 지적’이란 내용도 있었다. 
 
 A씨는 유서에 “처음 음주운전 사고로 적발된 후 당신이 걱정할까 봐 업무비를 허위 증빙했다는 건 얘기도 못 했어”라며 업무비 사용과 관련해 지적을 받은 점을 적었다. 이어 A씨는 관례대로 사용해 오던 것이라고 쓴 뒤 “내 돈이 아니면 탐을 내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내가 큰 실수를 했어. 왜 내가 조금 더 나에게 원칙을 지키고 엄격하지 못했을까”라고 자책했다.
 
 그는 이어 “감찰 조사를 받으면 파면이나 해임이 분명할 것이고 별도로 직무 고발되어 검찰수사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실형을 살고 나오면…내가 살 수 있을까?”라고 썼다.

죽음 둘러싼 의문 해소 위해 특별조사 

 음주사고 후 감찰을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찰관이 남긴 유서. 사진 숨진 경찰관 유족 측

음주사고 후 감찰을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찰관이 남긴 유서. 사진 숨진 경찰관 유족 측

 
 전국경찰직장협의회발전위원회(직발위)는 A씨가 남긴 유서와 수첩의 내용을 바탕으로 감찰 규칙에 별건 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규정을 들어 ‘과도한 감찰’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직발위는 A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 해소를 위해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경찰청 단위의 특별조사팀을 요구했고 민 청장은 이를 수용했다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 5명과 직발위 소속 3명으로 이뤄진 특별조사팀은 지난 6일 강원지방경찰청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특별조사팀은 A씨의 소속 경찰서에서 음주사고 이후 인권이 침해된 행위가 있었는지, 음주운전 금지 예방을 이유로 심리적 압박이나 강요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직발위 관계자는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한 부분은 분명히 잘못된 행위이고 그 잘못에 대해 징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 당사자를 상대로 별건 감찰을 진행하고 경찰서장이 나서서 인격모독을 강요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해당 경찰서를 상대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에 대해 정식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서 인권침해 정식 조사해야 

음주운전 단속 이미지. 연합뉴스

음주운전 단속 이미지. 연합뉴스

 
 유족 측 역시 “A씨가 음주운전 사고 이후 직위해제 됐으나 피해자와 합의를 보고 처벌을 감수하기로 한 만큼 음주사고만으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며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A씨는 지난달 1일 오후 8시15분쯤 속초시 교동 국민은행 연수원 앞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지난달 26일 낮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3일 숨졌다.
 
 앞서 이 경찰서 소속 또 다른 경찰관 B씨도 지난 5월 1일 음주사고를 내는 등 한 경찰서에서 한 달 사이 음주운전 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하자 경찰청 감찰부서는 지난달 초 해당 경찰서를 대상으로 감찰에 나섰다. 당시 감찰을 받은 해당 경찰서장은 내부 게시판에 ‘음주운전은 미친 짓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2018년 1월 별건 감찰 관행을 뿌리 뽑고자 감찰활동 시작 전 구체적 내용을 소속 기관장 등에게 보고하고, 사전 보고된 범위에서 감찰이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감찰활동 개혁방안’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조직 내 비위 적발 등을 담당하는 감찰부서가 고압적 언행과 표적감찰 등 부적절한 행태로 일선 경찰관에게 종종 ‘내부의 적’이라는 지탄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