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달마다 앨범 한 장씩, LP 전집 내는 허클베리핀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이 작업실 창문으로 비치는 계단을 바라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이 작업실 창문으로 비치는 계단을 바라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앞으로 음악은 극단적인 공유와 소유, 즉 스트리밍과 바이닐(LP)로만 존재할 것이다.” 미국 기타리스트 잭 화이트는 2018년 음악전문지 롤링스톤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세트테이프, CD, MP3 등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많은 음악 저장 매체가 생겨났다가 사라졌지만, 가장 먼저 등장한 LP와 가장 최근 나타난 스트리밍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뜻이다.
 
“LP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의 아티스트 음반을 제작한다면 시장의 저변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LP콜렉터 곽창식 대표는 1998년 데뷔한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을 선택했다. 2007년 발표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목록에 1집 ‘18일의 수요일’(1998)과 3집 ‘올랭피오의 별’(2004) 등 2장의 앨범을 올린 이들이라면 전집(1~5집)을 LP로 만들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주간 예약 주문을 받아 수량에 맞춰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달 1집부터 2~3개월에 한 장씩 발표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 연희동 작업실에서 만난 허클베리핀은 7년 만에 돌아온 6집 ‘오로라피플’(2018) 발매 당시 처음 LP를 제작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소영(보컬·키보드)은 “LP를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놓을 때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인지 음악을 듣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규(기타·드럼·프로그래밍)는 “LP는 판이 돌아가는 것도 볼 수 있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고 덧붙였다.
 
각각 허클베리핀의 팬과 연주자로 시작해 정식 멤버로 합류하게 된 이들은 1집에 대한 회상이 남다른 듯했다. 2집 ‘나를 닮은 사내’(2001)부터 함께 한 이소영은 “마스터 음원을 추출하기 위해 1집을 쭉 듣는데, 처음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마음에 불을 지폈던 음반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작사·작곡을 담당하고 있는 이기용은 “한 앨범 작업을 몇 년씩 하다 보면 수백번, 수천번씩 들어서 저절로 재현되기 때문에 정작 곡을 만든 사람은 잘 안 듣게 된다”며 쑥스러워했다. “예를 들면, 인도 음식만 3년 동안 먹으면 질리잖아요.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다른 쪽으로 가는 거죠. 그래선지 1집이 완전히 질주하는 느낌이라면, 2~3집은 좀 어쿠스틱 하면서도 서정적인 편이고, 4~5집은 다시 비트감이 넘치는 식이에요.”
 
4년간 제주살이를 한 끝에 나온 6집이 자연이 주는 위로를 담았다면, 올 하반기 발매 예정인 7집은 다시 서울로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이기용은 “조용한 곳에 있다 돌아오니 긴장감도 높아지고 소란스러운 도시의 특색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날로그보다는 전자음을 주로 사용해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었던 일정도 조정해 진행한다. 비틀즈를 주제로 한 런던 투어 대신, 제주 김녕 등 ‘오로라피플’ 수록곡이 탄생한 장소를 돌아보며 소규모 온더로드 공연을 할 계획이다. 성장규는 “김녕에 도착하는 순간 어쩌면 이렇게 형이랑 어울리는 곳을 찾았을까 싶었다”며 “어둠과 빛이 극명하게 대비돼 스산한 아름다움이 깃든 곳”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 29일 플랫폼 스테레오와의 무대를 시작으로, 후배 뮤지션과의 시리즈 공연도 준비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