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집 걸러 한 집 이상 ‘나홀로족’…도시는 청년, 농촌은 고령층 1인세대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최모 할머니(82)는 홀로 사는 1인 세대다. 10년 전까지는 남편과 함께 살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뜨며 혼자가 됐다. 최 할머니는 “딸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시집을 갔고, 아들 내외는 함께 살다 손자가 중학교에 입학하며 교육 문제로 분가를 하게 됐다”며 “가족이 함께 살 때는 북적북적 했는데 이젠 적적한 마음이 들어 친지가 있는 남양주로 이사를 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27·남) 역시 1인 세대지만 사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학 시절까지는 본가인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로 통학을 했지만 3년 전 서울 송파구에 있는 직장에 취업을 하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김씨는 “출·퇴근 합쳐 하루 2시간 이상 걸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억이 넘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독립했다”며 “월세만큼 나가는 대출 이자도 부담이고 최근에는 근무지도 성남시로 재차 옮기게 돼 다시 이사를 가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라고 푸념했다.
 

1인 세대 꾸준히 늘어 38.5%

1인세대 증감 추이와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인세대 증감 추이와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 할머니와 김씨 같은 1인 세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8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주민등록인구(이하 6월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1인 세대는 876만8414세대로 집계됐다. 전체 주민등록 세대(2279만1531세대)의 38.5%로 모든 세대 유형 중 가장 많았다. 세 집 걸러 한 집 이상이 '나홀로 족'이라는 의미다. 6월 기준이지만 이미 지난해(848만8621세대)보다 30만 세대 가까이 늘었다.
 
1인 세대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세대 수는 전년 대비 2% 증가했지만 1인 세대는 5%가 늘었다. 2017년(3.7%)과 2018년(4.7%) 증가율에 비춰봐도 매년 가속화하고 있다. 이대로면 내년에는 사상 최초로 1인 세대가 900만 세대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유는 양분…수도권 집중, 농촌 고령화

수도권 인구 집중과 고령화로 1인 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픽사베이.

수도권 인구 집중과 고령화로 1인 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픽사베이.

1인 세대가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교육·일자리를 위해 도심 지역으로 인구가 몰리는 이촌향도 현상과 청년층이 빠져나간 지방의 인구 고령화다. 지역별 1인 세대 비중과 연령은 이를 반영한다. 1인 세대 중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은 상위 3개 지역은 전남 고흥(56.8%)과 경남 합천(55.9%), 경남 남해(54.5%) 등이다. 모두 농·어촌 지역이다.
 
반면 1인 세대 중 30대 이하의 비중이 가장 높은 상위 3개 지역은 서울 관악(61.7%), 대전 유성(54.3%), 서울 마포(52.1%)로 나타났다. 박순영 행안부 주민과장은 “같은 1인 세대라도 도심지역은 대학 등 교육기회를 찾아온 젊은 인구가 많고 농·어촌 지역은 고령으로 홀로된 세대가 많은 등 원인이 구분된다”며 “전체 세대 수에 비춰봐도 1인 세대 비율이 높은 지역은 인천 옹진(59.2%), 경북 울릉(59.1%) 등 농·어촌과 서울 관악(57.5%) 등 도심으로 양분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전입, 3년 연속 전출 압도…1인 세대 '가속'

전체·1인세대 증가율 및 상·하위 지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체·1인세대 증가율 및 상·하위 지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1인 가구 증가는 고령자 위주의 농·어촌 1인 세대 증가와 맞닿아있다. 청년층이 빠져나갈수록 농·어촌은 고령화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특히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지속하고 있어 1인 세대가 늘어나는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수도권 인구는 3년 연속 전입인구가 전출인구를 압도하고 있다. 2011년 처음으로 수도권 전출인구가 전입인구보다 많아졌다가 2012~16년 수도권 인구 순감과 순증이 반복된 뒤 2017년부터는 다시 순증으로 돌아서는 양상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8만3000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촌향도 현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과거보다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청년층의 주거 비용이 증가하고 취업 경쟁이 심화하면 향후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50대까지는 1인 세대 중 남성의 비율이 높다가 60대부터는 여성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기대여명(82.7세ㆍ2018년 기준)이 남성의 기대여명(79.7세)보다 줄곧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