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복수?…“하늘이 뻥 뚫렸다” 일본ㆍ중국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

지난 3일부터 일본 규슈 지역에 내리기 시작한 폭우가 8일에도 계속되고 있다. 피해도 점점 불어나는 중이다. 사망·실종자는 70여 명으로 늘었고, 일본 정부는 '특별비상재해' 선언을 서두르고 있다. 
8일 일본 후쿠오카 쿠루메 지역에서 한 주민이 물에 잠긴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8일 일본 후쿠오카 쿠루메 지역에서 한 주민이 물에 잠긴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8일 NHK, 요미우리,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규슈를 중심으로 퍼붓던 비가 기후현과 나가노현까지 이어지면서 이 지역에 '폭우 특별경보'가 내려졌다. 호우로 인한 5단계 경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후현에서는 비탄천이 범람해 1419명이 고립됐고, 나가노에선 폭우로 국도가 막히면서 308명이 도로에 갇혔다. 
 
막대한 피해를 본 규슈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8일 오전까지 규슈에서 총 90건의 산사태가 일어났고 총 78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장마전선의 비구름대가 규슈 남쪽에서 북부로 움직이면서 7일에도 후쿠오카(福岡), 사가(佐賀), 오이타(大分) 등 모두 5개 현 지역에서 24시간 강수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구마모토현을 비롯한 규슈 각지에서도 연일 최고 강수량을 경신하며 비가 계속되고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사망자 56명, 심폐정지 2명, 실종이 13명이다. 지난 3일부터 7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강수량이 일본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지점이 19곳이나 됐다.
8일 구마모토현 구마무라에서 폭우로 집들이 무너지고 차가 전복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8일 구마모토현 구마무라에서 폭우로 집들이 무너지고 차가 전복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나가사키시 우라카미강에서는 8일 아침, 물 위에 떠다니던 8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구마모토에서는 70대 남성이 목까지 물에 잠긴 채 4시간이나 기둥에 몸을 의지한 채 버티다 구조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폭우 관련 특별비상재해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특별비상재해는 갑작스럽고 극심한 재해로 사망자, 실종자, 피난민 등이 다수 발생하고 교통이 광범위하게 두절돼 일상생활과 업무환경이 파괴된 경우 내려진다. 1995년 한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2018년 7월 서일본 폭우, 2019년 동일본 태풍 당시 특별비상재해가 선언됐다.
 

중국, 한 달 넘게 내린 비로 이재민 2000만  

 
중국 중남부에서는 한 달 넘게 비가 이어지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폭우로 인해 중국 26개 성과 시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21명, 이재민이 2000만 명에 달하며 우리 돈으로 7조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관리자들이 물에 잠긴 가로등이 쓰러지지 않도록 줄로 연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관리자들이 물에 잠긴 가로등이 쓰러지지 않도록 줄로 연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8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피해를 본 후베이성 등 중국 중부 4개 성에 1961년 이후 5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왔다. 장시성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하루 547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시가 물에 잠겼다. 
 
황메이현에서는 중국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 고사장에 홍수가 발생해 시험이 지연됐다. 고사장 일대에 돌발적으로 비가 쏟아져 수심이 1.6m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안후이성에선 수험생들이 비를 뚫고 지게차에 실려 고사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중국 안후이성 황산시에 집중호우가 내린 7일 홍수로 건물과 자동차가 물에 잠겨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안후이성 황산시에 집중호우가 내린 7일 홍수로 건물과 자동차가 물에 잠겨 있다. [AFP=연합뉴스]

 

역대급 폭우는 지구온난화 때문?

 
전문가들은 이처럼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들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이 7일 전했다.
 
7월 초에 장마 전선이 규슈 지역에 머물며 비를 뿌리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수온과 기온이 수증기를 늘리면서 비의 양을 크게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나카키타 에이이치 교토대 교수(수문기상학)는 아사히에 "최근 호우는 온난화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며 "기존의 제방만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지역 전체에 배수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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