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추진에 지자체 갈등 재연…충북도 “수용 불가” 반발

세종시가 KTX역과 ITX(도시 간 특급열차·새마을호) 역 신설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자치단체 간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KTX 세종역 신설 후보지로 거론 중인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일원.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남쪽이자 대전 유성구와 인접한 곳이다. 연합뉴스

KTX 세종역 신설 후보지로 거론 중인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일원.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남쪽이자 대전 유성구와 인접한 곳이다. 연합뉴스

 
이춘희 세종시장은 9일 브리핑을 통해 “KTX 세종역 건설에 따른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기존(2017년)보다 높은 경제성 수치가 나왔다”며 “KTX·ITX 역 건설은 세종시 미래를 좌우할 필수 기반시설로 행정수도를 완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세종시는 지난해 5월 아주대 산학협력단에 ‘KTX 세종역 및 ITX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의뢰, 이날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KTX 세종역의 경제성(비용대비 편익·B/C)은 0.86으로 나왔다. 이는 2017년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 용역 결과(0.59)보다 0.27 높아진 수치다.
 
통상적으로 국책 사업은 경제성을 먼저 조사한다. 미래에 발생할 편익과 비용을 분석, 현재 가치로 환산한 뒤 편익이 더 크면(B/C가 1 이상)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경제성 분석에 40~50%의 배점을 주고 정책성 25~35%, 지역 균형발전 20~30% 등의 배점으로 종합평가(AHP)를 한 뒤 결과가 0.5 이상이면 사업을 시행한다.
 
아주대 용역 결과 KTX 세종역 건설비용은 1425억원으로 2017년 용역(1321억원) 때보다 104억원 증가했다. 세종시와 아주대는 경제성이 높아진 이유로 세종시 인구 증가와 통행량 증가에 따른 국가교통 수요예측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세종시가 9일 KTX세종역 건설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충북지역에서 KTX오송역 위축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KTX오송역 전경. [중앙포토]

세종시가 9일 KTX세종역 건설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충북지역에서 KTX오송역 위축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KTX오송역 전경. [중앙포토]

 
KTX 세종역 역사는 BRT(간선급행버스) 및 대전-세종 광역철도와의 연계, 도심 접근성, 인근 역과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종시 금남면 발산 일대가 최적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은 오송역과 공주역에서 각각 22㎞ 떨어진 지점으로 교량 위에 역사를 건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ITX는 경부선 지선을 따라 대전-세종 광역철도 중심부인 정부세종청사까지 8㎞ 구간을 신설, 운영하는 사업이다. 용역을 맡은 아주대는 ITX 역 건설로 서울-세종 간 이동시간이 68분가량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용역에서 ITX 세종역 건설 경제성은 0.83으로 나왔다. 이는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 철도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뤄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세종시의 설명이다. 경전선 송장-순천 간 전철화 경제성의 경우 0.88로 나왔지만 지난해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세종시는 ITX 역 분기점과 세부노선은 설계과정에서 확정하고 개통연도는 2030년으로 예상한다. 총 사업비는 8500억원으로 전액 국비로 추징할 방침이다. 이 노선을 따라 조치원에서 충북선을 환승하면 청주공항까지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9일 브리핑을 갖고 KTX세종역·ITX세종역 신설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이춘희 세종시장이 9일 브리핑을 갖고 KTX세종역·ITX세종역 신설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이춘희 세종시장은 “KTX 세종역은 오송역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시설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KTX 세종역 추진과 관련해 인근 지역 및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충북도 등 인근 자치단체는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17년 용역 결과에서 경제성이 사업추진 요건인 1을 크게 밑도는 0.59로 나오면서 사업이 무산됐는데도 이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시는 KTX 호남선이 지나가는 금남면 발산·용포리 일원 20만6000㎡ 부지를 역사 위치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남일석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KTX 세종역 예정부지는 장재터널과 영곡터널 사이에 있는 700m 길이 교량 구간으로 역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KTX 열차 20량 길이가 400m인 점을 고려할 때 부지 길이가 최소 1㎞는 돼야 하는데, 이럴 경우 터널을 부수거나 뚫어서 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국장은 또 “전국 KTX 역사는 열차가 지나는 본선과 정차를 위한 부본선을 역사에 만들어야 한다”며 “세종시가 발표한 KTX 세종역은 부본선이 확보되지 않아 열차 운행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ITX 세종역에 대해선 “무조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 충북 비상대책위원회 이두영 운영위원장은 “세종역 신설은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만든 세종시의 건설 목적에 반하는 행위”라며 “세종시와 서울시의 접근성이 좋아지면 수도권 인구가 분산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충청권 인구를 빨아들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KTX 세종역 저지·KTX 오송역 사수 특별대책위원회가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에게 KTX 세종역 신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KTX 세종역 저지·KTX 오송역 사수 특별대책위원회가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에게 KTX 세종역 신설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의 KTX역 신설 추진과 관련, 국토교통부는 “현재 여건에서는 역 신설 추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온 상황에서 (KTX 세종역) 신설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인접 역 수요 감소 등에 따른 지역간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청주=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