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회담 희망" 언급 뒤 김여정 "美 독립절 DVD 달라" 깜짝 요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고위 지도자가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고 한 지 6시간 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로 "미국 7월 4일 독립절 행사 DVD를 얻고 싶다"고 깜짝 요청했다. 사진은 김 부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 성명을 교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고위 지도자가 다시 만나길 희망한다"고 한 지 6시간 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로 "미국 7월 4일 독립절 행사 DVD를 얻고 싶다"고 깜짝 요청했다. 사진은 김 부부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 성명을 교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북·미 고위 지도자들이 다시 모일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한지 몇 시간 만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국 7·4 독립절 행사 DVD를 깜짝 요청해 주목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10일 담화 말미에 "독립절 기념행사 DVD를 꼭 얻으려 한다는 데 김정은 위원장의 허락을 받았다"고 하면서 DVD를 매개로 한 북·미 접촉 의향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여정은 이날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기원하는 메시지까지 전했다. 김여정 담화가 나온 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외신기자 전화 간담회에서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미 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밝힌 지 6시간 뒤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 오전 미국 대선 전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말에 "상대방과 나누고 있는 진행 중인 대화에 관해 얘기하진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상회담의 아래 수준에서든, 그것이 적절하고 고위 지도자가 다시 모이기 위한 유익한 활동이 일어난다면 정상회담에서든, 이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적절한 여건이 조성된다면 3차 정상회담도 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셈이다. 그는 대신 "누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 할지 시기(timing)에 관해선 오늘 말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7일 그레이 TV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도움이 된다면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겠다"며 "나는 그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분명 그렇게 할 것"이라고 3차 정상회담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서 독립기념일을 기념한 미 해군 블루앤젤스 곡예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서 독립기념일을 기념한 미 해군 블루앤젤스 곡예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김여정이 10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문을 내고 "어디까지나 내 개인 생각이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 수뇌회담 같은 일은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또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여정은 이어 "수뇌회담은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겐 불필요하며 무익하다"며 "나아가 올해 중 수뇌회담은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받아들여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지금 수뇌회담을 하면 또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것이 뻔하다"고 하면서다.
 
김여정은 대신 담화문 말미에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선 승리 메시지와 함께 "가능하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해 위원장 동지의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B-1, B-2, B-52 전략폭격기 저공비행을 포함해 7월 3일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과 7월 4일 백악관에서 했던 '미국을 위한 경례' 독립기념일 행사 영상을 달라는 뜻이다.
 
한 소식통은 "김 제1부부장이 지난달 강경한 성명에 비해 미국에 부드러워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포함된 독립기념일 영상 DVD를 요청한 건 이례적"이라며 "DVD를 건네받기 위해 북·미 접촉을 재개할 의향을 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 같은 요청에 대한 입장을 즉각 내놓지는 않았다.
 
미국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7월 4일 독립기념일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에서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7월 4일 독립기념일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에서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 제1부부장은 북·미 대화 재개 조건으로 테러지원국·인신매매국 재지정을 포함한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우리 제도와 인민의 안전과 미래의 담보도 없는 제재 해제 따위와 절대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며 "'비핵화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 '적대시 철회 대 협상 재개' 틀로 고쳐져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일부 제재 해제와 핵 개발 중추 신경인 영변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하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말라"며 "우리 핵을 빼앗는데 머리를 굴리지 말고 자기들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데 머리를 굴리는 게 더 쉽고 유익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대신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우리를 다치게 하거나 건들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라고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