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교육감 "동지 박원순, 자신에 엄격했던 그대 원망"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지고 나의 희망도 무너져 내렸다'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했다.
 
10일 조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을 추모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박 시장을 '오랜 벗이자 존경하는 동지'라고 부른 조 교육감은 "고매하게 지켜온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럽고 두려웠을 마음의 한 자락도 나누지 못하고 이렇게 비통하게 떠나보내 버렸다"고 말했다.
 
서울대 75학번으로 함께 대학을 나온 두 사람은 40여 년 동안 인연을 이어왔다. 1994년 함께 참여연대를 만든 박 시장과 조 교육감은 각각 사무처장과 집행위원을 맡았다. 2014년 조 교육감이 당선된 뒤에는 함께 정책을 추진하며 보조를 맞췄다.
 

"노무현, 노회찬…세 개의 블랙홀 간직하고 살 듯"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11월17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상생과 협력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 선언식 공동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11월17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상생과 협력의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서울 선언식 공동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 교육감은 지난 9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박 시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나는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노회찬 의원이 떠날 때 허하게 뚫려버린 가슴이 다시 아파 온다"며 "남은 생의 기간, 나 역시 가슴에 블랙홀 세 개를 간직하고 살게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인권변호사로 활약한 박 시장의 행적에 대한 기억도 언급했다. 조 교육감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보도지침 사건, 서울대 신 교수 사건 등 우리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에서 늘 반짝반짝 빛났던 변호사 박원순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시장 박원순이 있었기에 세월호와 촛불항쟁의 광장이 열렸다고 감히 생각한다"며 "역사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오늘까지 진척시킨 주역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금 비루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게 인생 아닐까"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학교현대화 뉴딜, 미담학교 (미래를 담는 학교) 추진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학교현대화 뉴딜, 미담학교 (미래를 담는 학교) 추진계획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서울시에서 함께 행정을 책임진 약 6년을 회상했다. 조 교육감은 "같은 행정가의 길을 걸으며 우리가 꾸었던 꿈을 서울에서 실현해보자며 참 많은 일을 함께하였다"며 "앞으로도 시장 박원순과 할 일이 수없이 많은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두 사람은 이달 초에도 21조원 규모의 '학교 뉴딜' 정책을 함께 발표했다. 당시 조 교육감은 주변에 "박 시장이 공들인 정책이니까, 박 시장에게 관심이 많이 가게 잘 부탁한다"며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 친구 박원순, 아직은 차마 잘 가시라고 말을 못하겠다"고 한 조 교육감은 "우리 인생의 목적은 삶인데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마저도 삶과는 비견될 수 없는 것인데 때론 조금 비루하더라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라며 글을 맺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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