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청소년 16명 극단선택 몰고간 게임…"다음 타깃 BTS"

“나한테 문자 보내는 당신은 참 용감해. 조금만 기다려줘!”
 
‘조나단 갈린도’(Jonathan Galindo)란 계정으로 된 페이스북에 지난 6일 올라온 글이다. 기괴한 미키마우스 분장으로 오싹한 웃음을 짓고 있는 프로필 사진과 함께다. 이날 비슷한 프로필 사진이 걸린 조나단 갈린도의 트위터 계정에도 글 하나가 게재됐다. 한 남성의 자해 흔적이 남아있는 손목 사진과 '나(조나단 갈린도)를 위해 얼마만큼 해줄 수 있느냐'고 적었다.   
 
'조나단 갈린도'(Jonathan Galindo)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조나단 갈린도'(Jonathan Galindo)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정체불명의 존재로 비상이다. 조나단 갈린도라는 계정이 SNS상에서 10대 청소년들을 자살로 몰고 간 ‘흰긴수염고래 게임(Blue Whale Challenge·자살 게임)’ 수법을 재현하고 있어서다. 한국에서는 계정 사용자가 번역기를 이용해 한국말을 사용하거나 ‘다음 타깃’이라며 빨간색 X자 표시가 그어진 방탄소년단 사진을 올리면서 관련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신상정보로 협박하며 못 빠져나가게     

흰긴수염고래 게임은 2013년 러시아에서 미성년자 대상으로 유행한 온라인 놀이의 일종으로 국내에선 죽음의 주문을 읊는다는 ‘분신사바’라고도 불린다. 게임에선 노래를 듣거나 온종일 공포 영화를 보게 하는 등의 과제가 주어진다. 그러다 팔이나 다리에 칼ㆍ레이저로 고래 모양을 새기라는 등 수행하기 힘든 과제를 제시한다. 50일 동안 매일 하나씩 과제를 수행하고 인증샷을 보내는 식의 규칙을 삼고 있다. 마지막 과제는 자살이다.  
 
자살 게임은 한 번 발 들여 놓으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수법을 사용한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개발자는 처음에 참여자가 기입한 신상 정보로 가족 신변에 위협을 주는 등 협박을 가한다. ‘겁쟁이ㆍ패배자’로 부르며 최종 과제를 성공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참여자를 자극한다. 협박 수법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 범행 방식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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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선 논란이 확산되자 2016년 11월 게임 개발자 필립 부디킨(Philipp Budeikin)을 체포해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인이 10대 소녀 16명의 자살을 부추겼다고 봤다. 국내에서 이 게임이 청소년 130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도 알려졌지만 러시아 현지에선 16명으로 추산한다.  

 

SNS에서 괴담 급속히 퍼지며 논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조나단 갈린도가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고 있다는 경험담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4시 기준 관련 검색어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페이스북에서 '조나단 갈린도'(Jonathan Galindo)를 검색한 결과 유사 계정이 여러 개 검색됐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에서 '조나단 갈린도'(Jonathan Galindo)를 검색한 결과 유사 계정이 여러 개 검색됐다. [페이스북 캡쳐]

 
괴담도 퍼졌다. SNS상에서는 유사 계정이 여러 개 있어 한 명이 이상의 사람이 그룹을 이뤄 자살 게임 기획에 가담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해당 계정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말도 퍼져 우려하는 SNS 이용자도 있었다. 이를 두고 보안업체 올세이프 관계자는 “따로 링크를 보내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지 않는 한 SNS 메신저만으로는 개인 정보 해킹은 어렵다”면서도 “SNS상 연결된 지인 사진을 합성해 개인에게 협박해 올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조나단 갈린도를 향한 관심이 쏠리면서 게임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일부 사용자들도 있어 논란은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인 ‘08년생만’ 그룹 등에선 “요즘 뜨는 자살게임 제가 한번 해보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글쓴이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한 글쓴이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살게임 방식처럼 자해를 부추기게 되면 심리적 위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올 수 있기 때문에 판단 능력이 마비될 수 있다”며 “다만 현행법상 자발적 참여자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스스로 이런 메시지를 멀리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