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연대 #잘가라 민주당···박원순 떠나고 시작된 운동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박원순_시장의_서울시_5일장을_반대합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12일 온라인에서 일부 여성계를 중심으로 해시태그 릴레이 운동이 퍼지고 있다. 박 시장이 사망한 이후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향해 ‘2차 가해’ 움직임이 일자 이에 맞서기 위한 운동이다. 해시태그 운동은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시작돼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박 시장을 고소한 피해 여성과 연대하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글쓴이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연대합니다. 모든 일은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무책임한 가해자 때문이지”라며 “죄책감 가지지 말고 자기를 우선시해주세요. 용기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적었다. 소설가 정세랑의 책 「시선으로부터」 속 구절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를 인용해 자신의 성희롱 경험담을 공유한 이들도 있었다.
 

독서 시위나 민원 '인증' 움직임도

10일 인스타그램 상에서 퍼진 '독서 시위'. [인스타그램 캡쳐]

10일 인스타그램 상에서 퍼진 '독서 시위'. [인스타그램 캡쳐]

 
책을 공유하며 해시태그 운동을 장려하는 ‘독서 시위’도 이뤄지고 있다. 한 글쓴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11일 오전 11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김지은씨 저서 〈김지은입니다〉를 읽으며 시위 신청자들과 함께 독서 시위를 열었다고 밝혔다. ‘대통령님 정신 좀 차리세요’라는 주문 메시지와 함께 해당 책을 사 청와대 앞으로 보냈다며 주문 내역 사진을 SNS에 공개한 참가자도 있었다.  
 
11일 한 글쓴이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트위터 캡쳐]

11일 한 글쓴이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트위터 캡쳐]

 
권력형 성범죄 의혹을 밝히라는 요구와 함께 서울시에 민원을 넣는 움직임도 나왔다. 페이스북 페이지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서울시의 서울특별시장(葬)과 시민 분향소 운영 방침에 대한 온라인 규탄 행동」을 열어 서울시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예방을 위해 시민분향소를 운영할 수 없도록 민원을 넣는 온라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외로도 “민주당 잘 가라”며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민주당 탈당 인증샷을 올린 글쓴이도 있었다.
 

문학계·여성계, 고소 여성 '연대' 

문학계에서도 ‘연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손희정씨는 11일 “(박 시장이) 죽음을 선택했다. 결국 법적으로 고발의 진위 여부는 파악할 수 없게 됐다”며 “남겨진 것은 여러분이 보시는 이 혼란이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목수정 작가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이) 이렇게 사라진 연유에 대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모호한 결말은 세상에 만 가지 상상과 설들을 따라다니게 하고, 그것은 두고두고 사회를 갉아먹는다”고 꼬집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온라인 운동이 퍼지자 여성계에서도 연대 성명을 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10일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피해자의 용기에 도리어 2차 피해를 가하는 정치권ㆍ언론ㆍ서울시 그리고 시민사회에 분노한다”며 “서울시는 진실을 밝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피해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같은 날 “피해자의 말하기를 가로막는 사회에서 진보는 불가능하다”며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왜곡,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한편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형식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은 50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 글이 올라온 지 이틀만이다. 청원인은 글에서 "박원순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며 "성추행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적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