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김여정 경제 박봉주···김정은은 74일간 현장에 없었다

북한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은 13일 박봉주 북한 국무위 부위원장이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을 위한 대상지를 둘러봤다고 전했다. 탄소하나(C1)화학공업은 메탄올, 일산화탄소 등을 유기 화합물로 만드는 분야로, 북한은 자국 내 풍부한 석탄으로 석유를 대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최근 C1 공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부위원장의 이날 행보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대체산업 육성을 위한 돌파구 모색 차원이다. 박 부위원장은 순천시 애국복합미생물 비료 공장과 순천인비료공장도 찾았다. 지난 8일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에 이어 연일 경제현장을 찾고 있는 셈이다.
 
박봉주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을 위한 건설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전했다. [뉴스1]

박봉주 북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을 위한 건설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전했다. [뉴스1]

 
경제 사령관으로 불리는 김재룡 내각 총리 역시 6일 천성청년단광과 평양제약공장, 해주뜨락또르(트랙터) 부속품 공장, 흥산 광산에 이어 11일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방문했다. 정부 당국자는 “박봉주와 김재룡은 북한에서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들”이라며 “올해 들어 이들의 경제현장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 경제 책임자들이 공개적으로 현장을 찾고 있는 반면,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본지 분석결과 지난 100일 동안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활동을 언급한 건 모두 33차례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공개 활동은 9차례로, 노동당 정치국과 중앙군사위원회 회의 등 회의가 5차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8일) 1회,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1회, 군부대 방문 2회 등이다.  
 
군부대 방문이 4월 10일(박격포 부대)과 같은 달 12일(공군 부대) 있었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이 5월 1일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현장 방문은 74일째 전무한 상황이다. 그동안 중앙군사위원장 명령 1회와 재일동포 교육원조비 전달 1회 등도 있었지만, 현지 지도성 활동은 아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최고 지도자가 방문한 곳을 사적지로 여기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선다”며 “현지 지도 대상지는 대내 선전을 위해 경제적으로 성과가 있는 곳이거나,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곳을 선정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다녀간 곳은 총력 지원을 통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얘기다.
 
반면, 이 기간 김 위원장은 도미니카 공화국 대통령 당선 축하 전문을 비롯해 20건의 축전을 보냈다. 33건의 매체 보도 내용 중 20건이 축전으로, 당 정치국 회의 등 필수적인 행사에 참석하면서 일종의 축전 정치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김 위원장은 신변 이상설이 돌던 4월 말에도 끊임없이 축전을 보냈다”며 “정상적인 외교활동으로도 볼 수 있지만, 공개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대내적으로 건재를 알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1일 평안남도 순천의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경제현장 시찰을 중단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1일 평안남도 순천의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경제현장 시찰을 중단했다. [AP=뉴시스]

 
여기에 지난달 진행한 대남 공세와 지난 10일 미국을 향해 협상의 뜻이 없다면서도 태도 변화를 주문하는 대미 공세도 김 위원장이 아닌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맡았다. 경제는 박봉주와 김재룡에게, 대남ㆍ대미 업무는 김여정에게 일임하고 있는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2012년 4월) ‘더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개 연설을 했다”며 “하지만 2018~19년 남북 및 북ㆍ미 정상회담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실무 업무를 피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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