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화첩 경매서 50억 벽 못넘고 유찰…고미술 최고가 경신 실패

겸재의 해악팔경도 각 25.1x19.2cm, 8폭. 위 줄 왼쪽부터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아래 줄 왼쪽부터 옹천, 고성 문암, 총석정, 해금강.[케이옥션]

겸재의 해악팔경도 각 25.1x19.2cm, 8폭. 위 줄 왼쪽부터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아래 줄 왼쪽부터 옹천, 고성 문암, 총석정, 해금강.[케이옥션]

겸재의 고사인물화인 '송유팔현도'. 송대로 특정시기의 성현으로만 이뤄진 고사인물 화첩이라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사진 케이옥션]

겸재의 고사인물화인 '송유팔현도'. 송대로 특정시기의 성현으로만 이뤄진 고사인물 화첩이라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사진 케이옥션]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국가 지정 문화재 보물 제1796호 겸재 정선(1676~1759)의 화첩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이 화첩의 추정가는 50억~70억원으로 경매는 50억원에 시작됐으나 응찰자가 단 한 명도 없어 팔리지 못하고 경매가 마무리됐다.  
 
지난 5월 27일에도 케이옥션에 간송의 소장품 각각 보물 제284호와 285호인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이 나왔으나 유찰된 바 있다. 당시 두 작품의 경매가는 각각 15억원씩, 합계 30억원이었다. 고액의 고미술품 경매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나온 사례가 흔치 않아 크게 주목받았으나 결국 유찰을 기록하고 마무리됐다.  
 
이번 경매에 나온 화첩의 정식 명칭은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鄭敾筆海嶽八景 宋儒八賢圖 畵帖)』. 서로 다른 주제의 작품을 한 화첩으로 모아 놓은 것은 극히 드물고, 서로 같은 점수로 구성해 균형을 맞춘 것도 보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받아 2013년 2월 28일 보물로 지정됐다. 우학문화재단 소유로 용인대가 관리해왔다.
 
화첩이 이번 경매에서 낙찰된다면 국내 고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금까지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淸凉山掛佛幀)의 35억2천만원이다. 청량산괘불탱은 2015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 추정가 40억~150억원에 출품됐으며 경매 시작가는 32억원이었다.두 번째 최고 낙찰가는 보물 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으로 2012년 케이옥션 경매에서 34억원에 팔렸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지정문화재의 해외 반출·판매는 금지되지만 국내 매매는 가능하다. 앞서 국가지정 문화재로는 보물 제1204호 의겸등필수월관음도(낙찰가 18억원), 보물 제1239호 감로탱화(12억 5000만원), 보물 제1683-2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7억5000만원), 보물 1521호 경국대전(2억8000만원) 등이 경매에서 거래된 바 있다.  
 

진경산수화 8점+고사인물화 8점  

이번 경매에 나온 겸재 화첩엔 금강산과 그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해악팔경도')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송유팔현도') 8점 등 총 16점이 수록돼 있다.  
 
케이옥션 측은 "화첩이 만들어진 시기와 제작 시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제발(題跋)은 없으나 폭마다 사용된 인장과 화풍을 보았을 때 겸재의 나이 66세(1741)부터 70대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화첩에 실린 고사인물화는 송대로 제한된 특정 시기의 성현으로만 그려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경매에 앞서 전문가들 중에는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작품이 매우 희귀하고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돼 낙찰 가능성 높다"고 예측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경매는 결국 50억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고미술 전문가들은 "이번 경매가 유찰로 끝난 것은 높은 가격 때문이 아닐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지금까지 고미술 업계에서 겸재의 그림 낱본 거래가 2억~3억원에도 거래돼온 점을 감안할 때 16점이 담긴 화첩의 추정가로 50억원은 결코 높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응찰자들이 경매에서 낙찰을 받을 경우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매에서 유찰됐더라도 얼마든지 후에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분명히 겸재 화첩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적잖아 시장에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은 꽤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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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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