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 보험사에 사기친 보험설계사…898일 입원, 1억 넘게 타냈다

‘허위 입원’ 상태로 보험 영업한 보험설계사

 
보험금 편취한 보험 설계사 그래픽. [중앙포토]

보험금 편취한 보험 설계사 그래픽. [중앙포토]

 
보험설계사가 상습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장기간 입원했다는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 억대 보험금을 타갔는데, 서류상 입원 기간에 해외여행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법조계·경찰·보험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에 근무했던 보험설계사 A 씨는 2016년 8월 서울 동작구 D한의원에 19일간 입원했다. 허리뼈 부위의 뼈를 이어주는 섬유조직(인대)이 아프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입원 치료비를 A 씨는 4개 보험사에 각각 청구했다. A씨가 보험에 가입한 보험사는 같은 해 9월 보험금 명목으로 총 78만2000원을 지급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A 씨는 지난해 4월까지 모두 비슷한 이유로 56차례에 걸쳐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A 씨가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제시했던 치료 내역에서 입원치료 일수를 모두 더하면 898일이다. 서류대로라면, 경찰 조사 대상 기간(974일) 중에서 두 달 가량(76일·8%)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898일)을 병원에 누워있었다는 뜻이다.
 
보험설계사 A씨의 범죄 일람표. 그래픽 김현서 기자

보험설계사 A씨의 범죄 일람표. 그래픽 김현서 기자

 
이렇게 치료를 받으면서 A씨는 자신이 재직하던 오렌지라이프를 비롯해 S·W·D·L 등 다수의 보험사에 동시다발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허위 입원을 하면서 A 씨가 피해 보험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보험금은 모두 1억5500만원이 넘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 씨가 입원했던 사안은 (입원이 아닌) 통원치료만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서울시내 12개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호소했던 질환은 주로 인대 손상, 무릎 질환(관절증·연화증), 십자인대 파열, 물렁뼈(연골) 연화증, 디스크(기타추간판장애) 등이었다.
 
경찰은 또 A 씨가 입원 기간 병원에서 이탈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한 동안 A 씨는 서울시 전역은 물론 충청남도·전라남도까지 출장을 떠나 보험 영업을 했다. 보험금 청구 서류상 입원 기간에 A 씨가 보험 계약 체결을 주선하고 수당을 받은 계약건수는 약 40여 건이다.
 
보험 사기 그래픽. [중앙포토]

보험 사기 그래픽. [중앙포토]

 
심지어 입원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발각됐다.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던 A 씨에게 수사관은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던 기간이 서류상 입원 기간과 겹친다”는 사실을 추궁했다. 그러자 A 씨는 입원 기간과 출국 기간이 겹치지 않도록, 다음번에는 퇴원 당일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김연경 판사)은 “보험사기는 선량한 다수의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범죄인데, 보험 제도를 건전하게 정착·유지해야 할 보험설계사가 도리어 장기간 보험사기 범행을 반복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허위 입원하며 억대 보험금을 편취한 결과는 교도소였다. 재판부는 피고가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법원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김연경 판사는 판결문에서 “(A 씨가) 기존 전과와 합치면 2억6500만원 이상을 편취했고,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