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음란문자 공격' 남학생에…딸 부모는 용서 문자 보냈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북도교육청]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북도교육청]

"멀고 긴 터널…많은 걸 깨달았을 것"

"A군이 이 일로 인해 전화위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피해 여학생 2명) 양쪽 집 다 민사소송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북 전주 모 중학교 2학년 A군(13)으로부터 새벽에 '음란물 공격'을 당한 같은 학교 친구 B양(13·여) 아버지가 지난달 29일 A군 부모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다. "A군도 힘든 시간을 보내며 많은 걸 느끼고 깨달았을 것"이라면서다. 이른바 디지털 범죄 피해를 본 여학생들의 부모가 가해 학생과 그 부모를 용서한 셈이다. B양 아버지는 "참 멀고도 긴 터널을 지나온 시간이었다"며 "A군 부모님도 저희와 똑같은 시간을 보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달 9일 전주지법 소년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군에게 "심각한 범죄"라며 보호관찰 1년을 선고하고, 수강 명령 40시간과 피해자 접근 금지 처분을 내렸다. A군은 지난 1월 16일 오전 3시부터 9시까지 익명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휴대전화 앱을 통해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인 B양 등 2명에게 "성관계하고 싶다"는 취지의 메시지와 음란 사진 등을 수차례 보낸 혐의다. 경찰은 지난 4월 말 A군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전주지검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가해자가 14세 미만 촉법소년임을 고려해 A군을 지난 5월 전주지법 소년부에 넘겼다.
 

피해 부모들 "출석정지 15일 웬 말" 반발

 당초 B양 등 피해 학생 부모들은 A군 부모를 상대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그 위로금을 받아 성범죄예방센터 등에 기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A군에게 전학 조처를 내리자 마음을 바꿨다.
 
 지난 5월 12일 전주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는 A군에게 "가해 학생의 행동이 지속해서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별 교육 12시간과 출석 정지 15일 등의 조처를 내렸다. 이에 피해 학생 2명의 부모는 지난 6월 10일 "학폭위가 가해 학생에게 전학 조치 대신 보름간 출석 정지 등을 결정한 건 솜방망이 징계"라며 전북교육청에 전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출석정지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했다. "학폭위 회의 과정 중 사안 조치가 감경됐고,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안 돼 위법·부당하다"면서다.
 
 1일 행정심판 재결서에 따르면 전북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는 지난달 15일 "출석 정지 15일을 전학으로 변경하고, A군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출석 정지 15일을 교내 봉사 조치로 감경해 달라"는 A군 측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교육지원청에서 B양 측에 보낸 전북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조치 결정 통보서. [사진 B양 부모]

전주교육지원청에서 B양 측에 보낸 전북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조치 결정 통보서. [사진 B양 부모]

"얼굴만 봐도 두려워해" vs "일시적 일탈"

 양측 주장은 극명히 엇갈렸다. B양 등은 "가해 학생이 학폭위에 참석하지 않고 반성문도 제출하지 않은 점을 볼 때 진심 어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학폭위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같은 학교에서 '서로 잘 지낸다'고 했으나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을 보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두려움에 떨어 피해 다니고 있어 가해 학생의 전학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A군 측은 "사춘기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과 익명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에서 나온 일시적 일탈이지만 교육과 상담을 통해 학교생활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성적인 폭력 행위를 실제로 할 의도도 없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음란한 문자를 보낸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군 측은 또 "피해 학생들의 가족이 각종 언론에 이 사건을 제보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주교육지원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는 과정에서 A군과 그 가족의 개인정보가 노출돼 정서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행심위는 "학교폭력 중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심의할 때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피해 여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B양 등 여학생 2명에게 새벽에 음란물을 보낸 혐의로 법원에서 보호관찰 1년 등을 선고받은 전북 전주 모 중학교 2학년 A군(13)에 대해 전주교육지원청 학폭위가 내린 출석 정지 15일을 전학 조치로 바꾸라는 주문이 담긴 행정심판 재결서. [사진 B양 부모]

같은 학교, 같은 학년 B양 등 여학생 2명에게 새벽에 음란물을 보낸 혐의로 법원에서 보호관찰 1년 등을 선고받은 전북 전주 모 중학교 2학년 A군(13)에 대해 전주교육지원청 학폭위가 내린 출석 정지 15일을 전학 조치로 바꾸라는 주문이 담긴 행정심판 재결서. [사진 B양 부모]

"성폭력 사건, 가해자·피해자 분리 최우선"

 행심위는 "B양 등은 음란 사진과 음담패설 메시지를 받은 후 수치심을 느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학교에서 A군을 마주치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다"며 "전주교육지원청은 어린 피해 학생들의 이런 심리를 면밀히 관찰해 A군과의 공간적·물리적 분리 여부를 최우선으로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폭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가해 학생에게 충분히 사과할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보거나 막연하게 화해를 하면 피해 학생들이 가해 학생에 대해 갖는 두려움이 사라질 것으로 판단해 결과적으로 전학 조치가 출석 정지 조치로 감경됐다"며 "과연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이해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행심위는 "(A군에 대한) 전학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 학생들에게 2차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점, 이 사건으로 인해 신상이 알려져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교육 환경 전환이 필요해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전학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주교육지원청에 대해서는 "교육단체 등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판단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정 등에 비춰보면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교육적 차원의 접근만을 강조해 성폭력 피해 학생 보호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B양 아버지는 해당 메시지에서 "(A군 부모님이) 잘못 알고 주장한 내용을 보고 억울해서 아이들 일이 끝나면 법으로 바로잡으려고 변호사님과 말을 끝내 놓은 상태였으나 더 깊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또 한 번 상처 줄까 염려돼 모든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민사소송 위로금은) A군을 위해 쓰였으면 하는 게 (피해 여학생) 양쪽 집 의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일이 꿈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꿈이었다고 (생각을) 바꾸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훗날 진짜 꿈이 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소망을 가져 본다. A군 가족도 그 소망의 꿈을…"이라며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