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부동산 투기꾼이냐"···빗속 '분노의 신발' 내던졌다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 단체 회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617규제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인위원회 등 부동산 관련 단체 회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일 오후 4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문화공원 앞.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규탄하는 ‘전국민 조세저항 국민집회’가 열렸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이 주축이 됐다. 두 번째 규탄대회다.
 

빗속에도 여의대로 절반 채운 참가자 

집회 참가자 2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여의대로 절반가량을 채웠다.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 등을 쓴 채 집회를 이어갔다. 대부분 50~60대로 보였다. 중간중간 30~40대로 추정되는 시민도 눈에 들어왔다.
 
참가자들은 ‘임차인만 국민이냐, 임대인도 국민이다’ ‘임대사업 장려할 땐 언제고 이제 적폐몰이’ ‘어제는 준법자, 오늘은 범법자, 내일은 과태료’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들은 “세금 빨대 거부한다”, “징벌세금 못 내겠다”, “징벌세금 위헌이다” 등을 연호하기도 했다.
 
상당수 참가자들은 정부가 다주택자를 투기 범죄자로 규정짓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과 소급 적용 조항이 담긴 6·17 대책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신의 ‘신발’을 벗어 위로 던지는 퍼포먼스도 이뤄졌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10조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을 위반했다며 파면을 선언했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문화공원 앞. 김지아 기자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문화공원 앞. 김지아 기자

 

"임대사업 장려, 이제는 적폐몰이"

이날 주최 측은 “(정부가) 집 가진 자를 적폐로 몰고 사람들이 집을 못 가지게 하고 있다”면서 “누가 투기꾼이냐. 우리가 투기꾼이냐. 노후 대비 위해 집 한 채 더 사서 노후에 월세 50~60만원 받으려는 게 투기꾼이냐”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 소급 규제도 176석 거대 괴물 여당이 전부 통과시켰다. 우리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계약 소급해서 그 전에 계약한 사람들도 5% 전·월세 못 올리게 한다. 내 집을 왜 내 마음대로 계약 끝난 세입자를 못 내보낸다는 거냐”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시민들이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집회 참가시민들이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곳곳서 불만 터져나와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50대 남성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학 시절 나 역시 운동권이었다”며 “현재 정권은 자신들이 무너뜨리고 싶어하던 독재정권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언자는 “(정부가) 집값을 올려놓고 정치적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고 있다. 지지율 하락을 걱정해 자신의 잘못을 보수 정권에 돌리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권을 지지했지만 국민들의 삶이 점점 더 어려줘 졌다. 더는 지지할 수가 없다”고 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부동산 관련법이 통과되는 동안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퇴장하고 김성원 대변인 등 일부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종택 기자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부동산 관련법이 통과되는 동안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퇴장하고 김성원 대변인 등 일부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종택 기자

 

코로나로 어렵다는 자영업자도 나와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다주택자였다. 억울해하는 모습이었다. 화를 애써 삭히는 시민도 있었다. 김미옥(44·경기 수원)씨는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있다. 2013년에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와 단기를 장기로 바꾸라고 해서 세무서에 임대사업자를 등록했다”며 “그때는 세금 지원 등 혜택을 준다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적폐라고 하면서 혜택도 다 빼앗고 있다”고 했다.
 
불만은 또 터져 나왔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신선희(52·서울 종로)씨는 “내가 지금 2주택을 갖고 있다”면서도 “부자가 아니다. 코로나로 망할 것 같은 자영업자다. 돈 없으니 주택 한 채를 팔아야 하는데 팔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근의 유모(39·서울 마포)씨도 “주택 가격이 오르는 건 투기꾼보단 시장경제 유동성 자금이 많아서다”면서“하지만 지금 정부는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임차인과 임대인 흑백으로 나눠 적폐로 나누고 갈등을 조장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인천공인중개사모임’은 “부동산 과열이 있어서 정부의 규제 정책도 동의는 한다. 하지만 말도 안 되게 인천 지역을 전부 조정 지역으로 묶었다. 송도나 청라는 이해 가도 미추홀구처럼 열악한 곳까지 다 조정지역으로 묶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신발을 위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집회 참가자들이 신발을 위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향해 행진했다. 당사 도착 후 이들은 김태년 원내대표ㆍ김현미 장관에 대한 면담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지아·이병준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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