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키웁니까""직업 뭡니까" 집주인 역공, 세입자 면접한다

'임대차 3법' 부동산 규제로 서울 곳곳에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임대차 3법' 부동산 규제로 서울 곳곳에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는 신원이 확실하고 집을 깨끗하게 쓸만한 세입자(임차인)인지 간단하게라도 면접을 볼 생각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에 아파트 한 채와 단독주택 3채를 소유한 황모(44)씨 얘기다. 그는 "젊은 신혼부부에겐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줬는데 계약 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니 마음이 달라졌다”며 “애완견을 기르거나 어린 자녀가 많은 집은 피하게 될 거 같다. 장기간 집 파손에 따른 다툼을 대비해 계약서도 최대한 세세하게 쓸 계획”이라고 했다.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한 ‘임대차 3법’ 중 전·월세 상한제(5%)와 계약갱신청구권제(2+2년)가 지난달 31일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전ㆍ월세 시장에 부는 후폭풍이 거세다. '법대로'를 주장하는 세입자에 맞서 임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집주인(임대인)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독일 등에서 보편화한 세입자 면접이다. 원상복구 의무 등을 강화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꼼꼼히 담는 등의 각종 방안을 고민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세입자를 깐깐하게 가려 받기 위한 각종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국가의 주택임대차 규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국가의 주택임대차 규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독일ㆍ미국 임대시장은 '세입자 면접' 기본

세입자 면접은 오랜 기간 임대차 보호를 강조해온 독일ㆍ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이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할 때 재직증명서나 은행에서 발급받은 서류, 석 달 치 통장 내역 등을 요구한다. 꼬박꼬박 월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원자가 많으면 서류 통과 후에 집주인이 직접 면접을 보기도 한다.  
 
자녀의 유학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집을 알아보던 손모(45)씨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미국 임대시장에 깜짝 놀랐다. 마음에 드는 방 3개짜리 집을 찾았지만 계약은 쉽지 않았다. 
 
손 씨는 “집주인이 e메일로 소득증명서와 이사 이유, 거주 기간 등을 상세하게 요청했다”며 “월세는 4400달러에 애완동물을 키우면 매달 추가 비용이 붙었다”고 했다. 기존에 살던 한국 변호사가 집주인에게 잘 얘기해줘서 그나마 평판 조회(레퍼런스 체크) 절차는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믿을 만한 세입자인지를 확인하는 평판 조회도 외국의 임대차 계약에는 일반적인 절차다.  
 

인벤토리 체크 깐깐한 런던  

해외에서 세입자가 ‘집 구하기’ 만큼 어려운 게 계약이 만료된 지 집을 비울 때다. 세입자가 입주할 때 집주인과 세입자가 함께 집 상태를 확인(인벤토리 체크)하고 이를 서류로 작성한다. 임대 계약이 끝나 집을 비울 때도 같은 절차를 밟는다. 임대 기간 중 발생한 파손 등을 꼼꼼하게 검사한 뒤 약간의 문제가 있어도 보증금에서 이를 공제한다. 
 
인벤토리 체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영국 런던에서 1년간 공부했던 이모(43)씨는 “집주인이 입주 때 사진과 비교해 벽지에 못 자국이나 곰팡이라도 생기면 비용을 청구한다”며 “이런 다툼을 피하기 위해 집을 사용할 때도 조심하고, 검사 전에 전문 청소업체를 불러 대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세입자 천국' 독일, '임대료 폭등' 오명 

정부의 강력하고 적극적인  세입자 보호는 효과가 있었을까. 독일은 ‘세입자 천국’으로 불린다. 임대인 실거주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세입자는 기한 제약 없이 거주할 수 있다. 독일의 세입자 평균 거주 기간은 약 12.8년으로 한국(평균 3.4년)의 3배 이상이다. 독일의 교포 김모(70)씨는 “독일은 범죄 등 큰 과오가 없다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 정부는 임대료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람이 몰리는 베를린 등 대도시는 2013년부터 3년간 임대료 상한선을 기존 20%에서 15%로 강화했다. 그럼에도 임대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세입자 보호법이 갈수록 강화되자 집주인들이 리모델링 등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활용해 임대료를 끌어올린 것이다. 결국 베를린시는 올해 1월부터 임대료를 5년간 동결했다.   
임대차시장의 전월세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대차시장의 전월세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강력한 세입자 보호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3법 시행으로 집주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이 전세 대신 월세ㆍ반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빨라지면 서울 아파트 중심으로 ‘세입자 면접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한국의 전ㆍ월세 계약기한은 최장 4년으로 장기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독일 등에 비해 짧다"고 반박한다. 그는 "게다가 집주인은 실거주나 세입자의 임대료 연체 등의 사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만큼 당장 해외처럼 세입자 면접을 보거나 소득증명서를 요구하는 절차가 나타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