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놓고 돈 먹기' 미니 투어서 71승 기록한 교포 서니 김

서니 김. [서니 김 제공]

서니 김. [서니 김 제공]

미니투어는 돈 놓고 돈 먹기다. 참가자들의 돈을 거둬 경비를 제하고 상금을 준다. 200달러를 내면 우승 상금이 1000달러다. 우승상금 1만 달러짜리 대회도 있지만, 흔치는 않다.  

 
3일 끝난 PGA 투어 WGC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은 총상금 1050만 달러다. 우승 상금 182만 달러, 꼴찌를 해도 3만 달러다. 
 
미니투어를 직장으로 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금은 턱없이 작고 다른 비용도 들기 때문이다. 돈을 번다기보다는, 돈을 걸고 긴장감 속에서 연습한다는 의미다.

 
이 미니 투어에서 29만 달러(약 3억4600만원)를 번 선수가 있다. 재미 교포인 서니 김(31. 김선호)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마이너리그 투어’라는 이름의 미니 투어에서 최근 통산 71승을 했다. 우승과 통산 상금 모두 이 투어 기록이다. 타이거 우즈는 PGA 투어서 82승을 했다. 서니 김은 미니 투어의 타이거 우즈다.

 
 
 
서니 김은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나 2살 때 미국 뉴욕으로 이민했다. 골프를 시작한 건 10살 때다. 그는 “뉴욕 양키스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를 듣고 골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가지 않고 곧바로 프로가 됐다. 스무 살이던 2009년 PGA 투어 Q스쿨 최종전까지 갔지만 아깝게 떨어졌다. 이후 2차례 더 빅리그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그는 2부 투어에서도 빛을 못 보고, 미니투어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서님 김. [마이너리그 투어 인스타그램]

서님 김. [마이너리그 투어 인스타그램]

서니 김은 지난 3월 마이너리그 투어 사상 처음으로 59타를 쳐서 화제가 됐다. PGA 투어 대회인 혼다 클래식 열리는, 어렵기로 유명한 PGA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니투어에선 2라운드 각각 5언더파씩 쳐 우승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왜 미니투어에 있을까. 서니 김은 “20대 초반엔 나를 컨트롤하지 못했다. 2016년부터 3년간 스윙 교정을 했고 지난해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 처음으로 내 스윙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됐고, 나와 가족이 건강하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니 김은 “올해 2부 투어 Q스쿨 나가면 100% 합격할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Q스쿨이 없어졌다. 1년 더 기다려야 한다. 
 
미니 투어에서 지금 탈출하려면 1부 투어 대회의 월요 예선에 나가는 게 유일한 옵션이다. 실력만 좋다면 본 대회에 출전해 상위권에 올라 큰 상금을 딸 수도 있고 출전권도 얻을 수 있다.  
 
서니 김은 “월요 예선 한 번 나가는데 여행 경비가 만만치 않다. 지금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돈을 모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부인이 이전 결혼에서 얻은 아이 둘(12, 9세)을 키운다. 
 
그는 “우승 못 하면 음식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많이 우승한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다른 미니투어 선수들은 “집에 돈이 많든지, 스폰서가 있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서니 김은 가장 필사적인 선수다.  
 
PGA 투어와 2부 투어, 미니투어 선수들의 실력 차가 상금 차이처럼 1000배씩 되지는 않는다. 미니투어에서 시작해 PGA 투어에서 활동한 커트 트리플릿은 “커다란 상금을 놓고 경기할 담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했다.  

서니 김, [마이너리그 투어 인스타그램]

서니 김, [마이너리그 투어 인스타그램]

서니 김은 “맞으면서도 틀린 얘기”라고 평했다. "미니투어에선 필사적으로 우승해야 하고, 그러려면 6언더파 이하를 쳐야 한다. PGA 투어에선 매일 1언더씩을 치면 돈을 많이 번다. 다른 골프다. 빅리그의 많은 선수는 스폰서십으로 인해 여유가 있어 실수를 안 하는데 미니 투어에선 돈 한 푼이 조급하기 때문에 바보 같은 실수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서니 김은 10대에 미니투어에 나와 14년을 보냈다. 찬란한 꿈도 오래 되면 빛을 잃는다. 서니 김은 “부모님이 아주 열심히 일하셨다. 나도 그걸 보고 자랐다. 결국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스무살 때 PGA 투어에 갔다면 좋았겠지만, 그때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준비됐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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