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사태 2년…그 침대들 아직 야적장서 장대비 맞고 있다

2018년 충남 천안의 대진침대 본사 공터에서 관계자들이 라돈 메트리스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충남 천안의 대진침대 본사 공터에서 관계자들이 라돈 메트리스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전국에서 수거했던 침대 매트리스의 폐기물이 충남 천안에 2년째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폐기물은 창고가 아닌 야적장에 쌓인 채 장대비를 맞고 있어 유해물질 유출 우려도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환경부가 법 규정을 따지며 서로 책임을 떠넘긴 결과다.
 
3일 원안위와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전국에서 수거한 라돈 침대 매트리스 7만대의 폐기물이 여전히 충남 천안에 있는 대진침대 본사의 창고와 야적장에 방치돼 있다. 무려 480t 규모다. 당시 정부는 라돈에 오염된 매트리스를 수거해 해체작업을 벌였다. 스프링 등 오염되지 않은 부분은 일반폐기물로 처리했다. 하지만 오염물질이 묻어있는 속 커버, 에코폼 등 폐기물은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그대로 쌓아뒀다.  
 

"라돈침대 처리 규정 없다"…법령 개정하며 늑장 대처

라돈 매트리스 폐기물의 처리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누가,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계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2018년 매트리스 수거 당시부터 "라돈 폐기물은 경주 방폐장(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방호복이나 장갑 등과 마찬가지로 오염된 매트리스도 저준위 폐기물로 규정해 노란 드럼통에 밀봉한 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에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라돈 매트리스가 원자력안전법이 규정한 방사성 폐기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법에 따라 환경부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방사성 폐기물에는 원자력발전소나 병원에서 사용했던 폐기물만 포함된다. 라돈 매트리스는 원안위가 처리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 "라돈 침대는 방사성 폐기물. 방폐장 보관했어야"

현재 라돈 매트리스는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에 따라 원안위가 수거와 보관만 맡았다. 해당 법에는 부적격 제품에 대한 제조업자의 수거·폐기 조치 의무만 명시돼 있을 뿐, 폐기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다. 폐기를 맡은 환경부는 처리 방법과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어 라돈 매트리스 폐기물을 보관만 해왔다.
 
김유경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사무관은 "2018년 5월부터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라돈 매트리스 폐기물 처리 방법과 절차 등을 구체화하는 법령 개정을 준비해왔다"면서 "이르면 이달 안에 시행규칙과 시행령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리 방법은 가연성과 불연성을 따져 소각하거나 매립, 혹은 소각 후 매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라돈침대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라돈침대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시민단체 "폐기물 야적장 방치…침출수 유입 등 불안"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늑장 대응으로 주민 불안감만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정책실장은 "이제야 입법 예고를 하면 법안이 마련되고 실제 시행까지 6개월~1년 이상 걸린다"며 "라돈침대 사건이 터진 뒤 3년이 지나서야 폐기가 시작된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오염된 폐기물을 바깥에 쌓여두면, 주민들은 이번 장마 같은 폭우에 침출수가 흘러나와 토양과 하천에 유입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채희연 원안위 생활방사선과 과장은 "폐기물을 보관하는 곳에 24시간 방사선 감지기를 설치해두고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날씨 등에 따라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일은 없었고, 주민과도 꾸준한 소통을 통해 폐기물에 대한 불안감은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직산읍 대진침대 본사 공장 마당에 설치된 방사능 측정기. 나현철 기자

충남 천안시 직산읍 대진침대 본사 공장 마당에 설치된 방사능 측정기. 나현철 기자

 
이에 대해 이덕환 명예교수는 "유해하다고 알려진 물질을 장기간 야적하고 방치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 국민이 '라돈 공포'를 경험했는데, 뒤늦게 이를 소각하겠다는 환경부의 계획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하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