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위험한 백신? 최종 임상 건너뛰고 세계 최초 노린다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최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달 안에 백신을 승인해 10월부터는 접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러시아는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국이 된다. 그러나 안전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백신 개발에 필요한 최종 임상 시험을 건너뛰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미국은 일찌감치 "러시아산 백신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9월 생산, 10월 접종” 

3일(현지시간)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산부 장관은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 하나가 임상시험을 마쳤다. 한 달 안에 수십만 개 백신 접종분을 확보하고, 내년 초에는 수백만 회 분량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러시아 내 제약시설 3곳에서 백신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 승인을 앞둔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와 국방부가 함께 개발 중인 백신이다. 이 백신의 작동 방식은 전달체(벡터) 방식으로 전해진다.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유전자를 조합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개발 중인 핵산 방식 백신과는 다르다.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는 유전물질인 RNA를 체내에 주입해 항원을 만들어 면역을 유도하는 방식의 코로나 백신을 개발 중이다. 
 
지난 6월 러시아의 한 생명공학 회사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러시아의 한 생명공학 회사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개발, 우리가 세계 최초” 

러시아는 연일 자국 백신이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이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타티야나 골리코바 러시아 부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대응방안 정부 화상회의에서 "러시아 자체 개발 중인 백신 20가지 중 두 가지가 전망이 밝다. 각각 9월과 10월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러시아 국부펀드(RDIF)의 키럴 드미트리예프 최고 책임자. [로이터=연합뉴스]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러시아 국부펀드(RDIF)의 키럴 드미트리예프 최고 책임자. [로이터=연합뉴스]

 
1일에는 미하일 무라슈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이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시험을 완료했다. 백신 등록을 위한 서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의사와 교사가 백신 접종 1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국부펀드(RDIF)의 키럴 드미트리예프 최고 책임자는 가멜레야 연구소가 백신 승인을 요청하면 "열흘 내로 이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속도전에 빠져 안전은 뒷전…부작용은?

문제는 백신 효능과 안전성이다. 러시아가 백신 승인 계획만 발표하고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일 영국 가디언등에 따르면 지난 4월 러시아 기업인들과 고위 정치인들이 이미 이 백신을 맞았다. 또 지난달에는 군인과 민간인 38명을 대상으로 백신 1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1차 임상시험은 지난달 중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알렉산더 긴츠부르크 연구소장이 "1차 임상시험에서 감기 증상 및 주사 부위 붉어짐 외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한 게 전부다. 2차 임상시험도 "마무리됐다"고만 밝혔다. 
한 피실험자가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 주사를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피실험자가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 주사를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BBC는 가멜레야 연구소가 이 백신을 우선 접종자에 투여한 뒤 항체 형성이 확인되면 3차 임상시험 전에 승인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 골리코바 부총리는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백신이 8월 10일 이전 공식 승인받은 후 16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신 개발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3단계에 거쳐 진행한다. 1, 2차에선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고, 3차에서는 부작용과 실제 보호력을 검증한다. 백신 안전성 검증에는 최소 1년에서 1년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백신 사용을 우선 승인한 뒤 최종 임상시험을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다.
 

파우치 "러시아산 백신 사용하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최종 임상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탈리 딘 플로리다 대학 생물통계학 조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백신은 희귀한 부작용을 포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효능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28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향해 "백신 투여 전 테스트를 제대로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안전성을 입증하기 전 백신을 배포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개발한 백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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