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전에도 증거 못찾았다, 채널A수사 강행 추미애 책임론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가 검찰 안팎의 비판과 내부의 이견 및 감찰에도 불구하고 강행된다. 전·현직 기자들만이 재판에 넘겨졌고,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5일 오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백모 기자를 각각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은 이들의 공소사실에서 공범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수사팀은 추가 수사를 예고,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강요 취재’ 기자들만 기소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백 기자가 공모해서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수감돼 있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진술하도록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한 검사장을 공소사실에 적시하지 않았다. 한 검사장의 공범 여부 판단은 보류한 것이다. 결국 그간의 수사 경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제기된 언론과 검찰의 ‘유착’ 의혹에 대한 답은 미뤄둔 채 기자들만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백 기자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인지돼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전 기자 측은 “선배 기자가 시켜 두 차례 동석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백 기자까지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증거와 맞지 않고, 공소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삽화2=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2=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수사 중단’ 시민 권고 무색

 
지난달 24일 시민의 시각에서 사안을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다수 의견으로 권고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법조계의 비판뿐만 아니라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이 빚어졌지만 수사는 계속됐다.
 
그러나 수사 강행에도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카드까지 압수수색했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기자의 노트북에 대한 추가 증거 분석 과정도 특이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사팀을 이끄는 정진웅 부장검사의 독직폭행 및 불법 감청 논란이 일었다. 정 부장검사는 서울고검의 감찰까지 받게 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무리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수사를 조급하고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결국 사달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인사 임박…추미애 책임론도

 
이런 가운데 오는 6일 법무부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찰 고위 간부 승진·전보 등을 논의한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의 지휘라인에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1차장검사, 정진웅 부장검사 등이 인사 대상에 거론된다는 추측을 제기한다. 수사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수사팀의 인사 변화가 있게 된다면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 검사장 공모 여부도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사이동이 이뤄진다면 결국은 지휘라인에 있는 자들이 최종 처분 책임을 면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껏 진행된 수사와 앞으로의 수사 책임은 후임자들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채널A 의혹을 처음부터 언론과 검찰의 유착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지휘권까지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든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므로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팀의 독자적 수사를 지휘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전 기자 공소장에 한 검사장 이름이 빠진다면 무엇보다도 ‘검언유착의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고 했던 추 장관의 목이 날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이 지휘권까지 발동한 만큼 수사는 강행될 것이고, 추 장관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