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개진 정의당의 혁신안…심상정도 난감

심상정 정의당 대표. 임현동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 임현동 기자

‘포스트 심상정’ 체제를 위해 논의되고 있는 정의당 혁신안이 내부 분열로 둘로 쪼개졌다. 4·15 총선에서 거둔 기대 이하의 실적에서 비롯된 난국을 혁신위원회 활동으로 타개해 보려던 심상정 대표 계획도 어그러지고 있다.
 
정의당 혁신위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당 지도체제 개편을 포함한 혁신안 최종안 합의에 나섰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총 18명 혁신위원 중 12명이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나머지 6명은 현행 ‘단일지도체제’ 유지를 고수했다. 합의가 불발되면 결국 복수안에 대해 당원총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안이 30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될지도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내용도 과정도 혁신적이지 못하다”(정의당 당직자)란 말이 나온다. 단일지도체제에선 당 대표에게 최종 의사결정권한이 있지만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가 다수의 부대표와 합의해 대소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내부 갑론을박 때문에 지난달 19일 발표했던 혁신한 초안에 담지 못했던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싸고 결국 파열음이 노출된 셈이다.    
 
차기 지도체제는 심 대표 당내 위상은 물론 향후 정치 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되면 심 대표와 뜻을 달리하는 정파 대표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심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정의당 원톱인 심 대표는 지난 5월 2021년 7월까지가 임기지만 이를 1년 가까이 앞당겨 올해 9월 전국동시당직선거 때까지만 대표 자리를 맡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 지방선거나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심 대표 입장에선 집단 지도체제로의 전환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여러 계파가 각기 목소리를 상황이 되면 심 대표 위상과 미래에도 변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내부엔 진보정당 내 고전적 대립구도인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 양 계열의 경쟁 외에도 민주노총 출신 인사가 주축인 ‘노동정치연대’, 노동당 출신 인사가 속한 ‘평등사회네트워크’ 등 출신과 성향에 따른 여러 정치그룹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혁신안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거나 부결되는 건 심 대표에게 더 큰 부담이다. “정의당의 새롭고 탄탄한 길을 또렷이 안내해달라”(지난 5월 혁신위 출범 당시)며 혁신위 출범을 돌파구로 삼았던 게 심 대표여서다.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단 뜻이다. 
 
특히 지난해 말 조국 사태부터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당의 대응에 당 안팎서 물음표가 달리고 있는 마당에  혁신안마저 좌초되면 심 대표의 책임론은 비등해 질 수 있다. 심 대표가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박 전 시장에 조문 않겠다”고 한 점을 사과했을 때도 당내에선 “섣부른 사과”(한 당직자)란 말이 나왔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의당 관계자는 “심 대표가 자기가 풀어야 할 숙제를 혁신위에 전가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장혜영, 류호정 정의당 의원. [중앙포토]

왼쪽부터 장혜영, 류호정 정의당 의원. [중앙포토]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과거의 심상정’으로 진보정당을 대표할 수 없다”며 “지금 정의당은 변화하는 정치지형 속에서 정체성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정의당 정체성을 재확립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는 유지하는 ‘묘수’가 심 대표에게 필요하단 얘기다.
 
혁신안 성패는 ‘심상정 키즈’ 장혜영 의원 정치적 명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혁신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장 의원은 혁신위 내부 갈등 조율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혁신안 초안 도출 당시에도 장 의원은 혁신위 내 이견을 조정하지 못했다. 한 혁신위원은 “혁신위 내부에는 장 의원이 영입된지 얼마 안 돼 내부 정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조정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당비를 월 1000원만 내는 '지지당원제'를 도입하고 내부에 청년정의당을 신설하는 등의 혁신의 다른 내용에 대해서도 “정체성과 진로에 대한 설계가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장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원들의 다양한 견해를 충분히 경청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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