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앞 므누신·나바로 설전…얽히고설킨 백악관 틱톡 전쟁

왼쪽부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나바로와 므누신은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틱톡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왼쪽부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나바로와 므누신은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틱톡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로이터=연합뉴스

“틱톡 인수는 독이 든 성배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그가 창업한 MS가 중국의 15초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인수를 고려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놓은 답이다. 한 마디로, 사고는 싶겠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는 조언이다. 게이츠는 “MS가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 산업의 경쟁을 더 키우는 것은 아마도 좋은 일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SNS 분야에서 덩치를 키우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틱톡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MS뿐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트위터 역시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며, 이미 틱톡 측과 예비협상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WSJ는 틱톡에 대해 “중국산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앱”이라고 표현하면서 “(MS보다 자금 동원력이 적은) 트위터는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만약 합병이 성사된다면 트위터엔 전면적 쇄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간단 텍스트(140자 이하)를 앞세운 트위터가 초간단 동영상(15초) 앱인 틱톡과 만난다면 플랫폼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결과가 기대된다.  
 
인수전은 속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와, 또 다른 중국 기업인 위챗의 모기업 텐센트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틱톡과 위챗의 미국 내 사업을 45일 안에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절차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독이 든 성배일지라도 낚아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틱톡. 위기에 처해있다. [중앙포토]

틱톡. 위기에 처해있다. [중앙포토]

틱톡을 탐내는 기업과 달리 백악관은 틱톡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6일 행정명령은 예상 밖으로 빨리 진행됐다. 여기엔 지난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벌어진 논쟁이 한몫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평범한 논쟁은 아니었다고 한다. WP는 “고성이 오가는 소동(brawl)” “(권투의) 녹다운 같은 결과를 가져온 싸움”이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다.  
 
이 ‘소동’의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 투 톱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었다. 므누신이 틱톡의 MS 인수와 관련된 상황을 브리핑하자 나바로 국장이 “무슨 소리냐, 틱톡을 지금 당장 미국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버럭했다는 게 WP 보도 내용이다. 나바로는 대표적인 반중 인사다. 펴낸 저서 중엔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설전을 지켜봤다.  
 
장인 트럼프 대통령을 뒤에서 바라보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표정이 묘하다. AP=연합뉴스

장인 트럼프 대통령을 뒤에서 바라보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표정이 묘하다. AP=연합뉴스

이 논쟁과 관련해 눈여겨볼 벤처캐피탈 회사가 하나 있다. 중국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온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사인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이다. 더그 리온이 이끄는 이 벤처캐피탈은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의 인맥을 내세워 틱톡 엄호에 앞장서왔다. 세쿼이아 캐피탈은 틱톡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WP는 “리온 부부는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10만 달러를 쾌척했고 경제 부흥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도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쿠슈너와 므누신을 활용해 틱톡을 중국에서 완벽히 몰아내자는 나바로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세쿼이아 캐피탈의 대변인인 내털리 미야케는 “우리는 틱톡을 여전히 지지하며, 틱톡의 서비스를 즐기는 수백만 명을 위해 모두를 위한 ‘윈윈’ 해결책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냈다.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장이밍과 틱톡 로고. [중앙포토]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장이밍과 틱톡 로고. [중앙포토]

한편 틱톡은 자구책 강구 차원에서 십수 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고 WP는 전했다.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트럼프 행정부를 미국 법원에 고소할 계획이긴 하지만 이와 별도로 미국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로비 작전을 펼치는 셈이다. WP는 “로비스트 중 대다수가 트럼프가 ‘친구’로 여기는 인물”이라며 “이 중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동기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앱 틱톡이 미국 기업과 정계를 모두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