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차도 겁 많아 도망 못갔다…소 110마리 필사의 구출작전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 주민 등이 침수된 축사에서 소를 구조해 황강 제방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합천군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 주민 등이 침수된 축사에서 소를 구조해 황강 제방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합천군

 경남 합천군 쌍책면 건태리 마을 주민과 축협 직원 등이 힘을 합쳐 8~9일 이틀 동안 침수된 축사에서 소 110마리를 구조했다. 
 
 쌍책면 건태마을이 침수되기 시작한 것은 8일 오전 11시 무렵부터. 이틀 동안 합천에 269.1㎜에 이르는 폭우가 내린 데다 합천댐에서 초당 2700t의 많은 물을 방류하면서 하류에 있던 건태마을 일대 빗물이 황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침수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건태마을 주택과 축사, 농경지 등이 속속 잠겼다. 한때 침수 깊이는 4m나 됐다.
 
 황강변 축사에서 어미 소 80마리와 송아지 50마리 등 소 130마리를 키우던 정성철(56)씨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을 동동 굴렀다. 비록 고삐에 묶여 있지 않았지만, 겁이 많은 소들은 제때 탈출하지 않고 물이 차오르는데도 그대로 축사에 대부분 머물렀다.  
 
 정씨는 주민 등에게 소를 구해달라고 급히 요청했고, 주민과 축협, 합천군 카누회원 등 40~50명이 속속 달려왔다. 비가 잦아든 이날 오후 4시쯤 축협 직원이 구조용 밧줄을 가져오고, 합천군 카누회원 8명은 노를 젓는 보트 2대 등을 가져오면서 구조작업이 펼쳐졌다.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에서 주민 등이 소를 구조하기 위해 보트를 타고 축사에 접근하고 있다. 합천군

합천군 쌍책면 건태마을에서 주민 등이 소를 구조하기 위해 보트를 타고 축사에 접근하고 있다. 합천군

 카누회원과 주민들은 4인 1조로 나눠 보트를 타고 축사 등에 접근해 목만 내민 소의 목에 밧줄을 걸고 소 머리를 끌어당겼다. 일부 주민은 물에 들어가 소 몸통을 밀기도 했다. 황강 제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민 등은 밧줄을 끌어당겨 소를 제방까지 이끌었다.

 
 50~100m씩 밧줄에 이끌린 채 경우 제방으로 나온 소는 기진맥진해 쓰러졌다. 이날 오후 8시까지 계속된 구조작전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중단됐다. 다음날인 9일 오전 6시 다시 주민 등이 같은 방법으로 소 구조작전을 펼쳤다. 주민 등은 필사의 노력 끝에 9일 오후 3시 30분까지 어미 소와 송아지 110마리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20마리는 이미 죽은 뒤였다.
 
 소 주인 정씨는“급격히 불어난 물이 8일 최대 4m까지 차오르고 9일 1.5m가량으로 낮아졌지만, 소들은 살기 위해 24시간 가까이 발버둥을 치며 버틴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된 소와 송아지는 축협이 관리하는 임시 축사로 옮겨졌다.
주민들이 침수 축사를 벗어나 살아남은 소를 구조하고 있다. 합천군

주민들이 침수 축사를 벗어나 살아남은 소를 구조하고 있다. 합천군

 이들 소를 구조하지 못했으면 소 주인 정씨는 큰 피해를 봐야 했다. 어미 소 한 마리가 700만~800만원, 송아지 1마리가 450만원 정도 나가기 때문이다. 구조된 소는 대부분 어미 소다. 소 주인 정씨는 “주택도 3분의 2나 잠기면서 보일러실과 벽체가 무너져 전면 수리를 해야 하지만, 12시간이나 걸려 소를 구한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우에 건태마을 54가구 주민 97명은 주택과 농경지, 비닐하우스 침수 등 큰 피해를 봤다. 일찍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한편 합천군 율곡면에서도 집중호우로 소 159마리, 염소 27마리, 돼지 3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합천=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