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불씨 살아나나…日 반발에 외교부 “국제 예양 어긋나”

지난해 8월 14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기념 부산 44차 수요시위'에 참석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소녀상에서 노동자상까지 손피켓 잇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8월 14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기념 부산 44차 수요시위'에 참석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소녀상에서 노동자상까지 손피켓 잇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둘러싸고 한·일 간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 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동구청이 한 시민단체가 제출한 소녀상의 도로점용 허가신청서를 이달 초 승인함에 따라 일본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마루야마 코헤이 총영사는 최근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을 찾아 “소녀상 설치는 외국 공관의 안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부산 총영사관뿐 아니라 서울의 일본 대사관도 외교부 본부에 항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외교부는 11일 “‘일본 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설치는 국제 예양(禮讓)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부산시와 시의회·동구청 등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제징용·수출규제 문제로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 관계에 악재가 더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차원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던 2017년 초 외교부는 “소녀상의 위치가 외교 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전달한 적이 있다.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에 보다 적절한 장소로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문 형식이 아닌 구두로 외교부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양국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1월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당시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으로 일시 귀국하기 위해 김포공항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우상조 기자]

지난 2017년 1월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당시 주한 일본대사가 일본으로 일시 귀국하기 위해 김포공항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우상조 기자]

 
소녀상은 2016년 12월 설치됐다가 동구청이 도로법 시행령 위반을 이유로 철거했다. 이에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자 동구청은 재설치를 승인했고, 관련 조례도 개정됐다.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연간 지불하는 도로 점용료를 내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해 조례 개정이 한 차례 더 이뤄졌다.
 
일본 정부는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2017년 1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를 본국으로 일시 귀국시킬 정도였다. 대사 소환은 외교적으로 매우 높은 수위의 항의 유형이다. 일본 측은 당시 한·일 간에 논의 중이던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도 일방적으로 중단했고, 그 이후로 논의가 단절되다시피 했다.
 
다만 야스마사 대사는 귀국 85일 만인 그해 4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등 한국의 국내정치 상황이 작용했다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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