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1호 법안 '비동의 강간죄' 발의…"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12일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포함한 이번 개정안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이 공동 발의했다.
 
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성범죄 처벌을 다루는 형법 32조 명칭이 '성적침해의 죄'로 바뀌는 것과 형법 제297조 강간죄 성립 구성 요건에 ▶상대방 동의 없이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 이용 ▶심신상실 등의 상태를 이용해 성교를 맺는 경우를 명시해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형법 297조 등 현행법은 폭행·협박으로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강간죄가 성립돼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류 의원은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하는 취지에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류 의원은 이날 “대한민국 형법은 국민과 국가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성범죄 처벌을 통해 보호해야 할 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비동의 강간죄’ 신설을 언급하며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폭행과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에만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는 법원의 해석은 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류 의원은 또 개정안에서 '간음'(姦淫)이라는 표현을 모두 '성교'(性交)로 바꿨다. '계집 녀(女)'자가 3번 겹쳐진 한자 '간'(姦)에 여성 혐오적 의미가 포함돼 있어 이를 바로잡고 간음이 아닌 유사성행위도 포괄적으로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류 의원은 “6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강간죄, 이제 바뀌어야 한다”면서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류 의원은 "입법 과정에서 많은 설득과 설명, 대화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성요건 뿐만 아니라 '동의 없이'라는 단어에 대한 혼란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고 답했다.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이날 “실제 2019년 전국성폭력 상담소 협의회 소속 성폭력 상담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강간 피해 상담 중 폭행이나 협박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약 71.4%가 된다”며 “이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강간 사건을 기존 형법이 포섭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김태옥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소장도 “현재의 법 체계에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로 동의 여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준강간에서조차 성폭력 피해를 부정당한다”며 “최근 술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처벌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2020년 여전히 폭행, 협박을 기준으로 강간죄를 판단한다”며 “성폭력법은 남성중심의 봉건적 낡은 인식에 그대로 멈춰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간죄의 판단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는 것은 여성의 온전한 시민권 보장에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법안 발의에는 류 의원 등 정의당 의원 6명과 첫 여성 국회부의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정춘숙 의원 등 여당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등 총 13명이 참여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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