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70명의 뒷광고 고백, 그 뒤엔 파산 직전 ‘MCN 거품’

“유튜버만 사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인기 유튜버 A(25)씨가 유튜브 ‘뒷광고’(금전적 협찬을 받은 사실을 숨기고 콘텐트를 제작하는 행위) 논란에 대해 한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소속 유튜버가 뒷광고를 했다면 회사와 상의하고 한 것일 텐데, 유튜버 개인의 사과를 방패 삼아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튜버들은 내부고발자로 찍혀 광고가 끊길까 봐 MCN·광고주의 요청이 있었단 얘길 제대로 못 한다”며 “유튜버도 부적절한 부분은 반성해야겠지만 사태 이면엔 MCN의 불안한 수익구조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뒷광고 파문이 거세다. 사진 셔터스톡

유튜브 뒷광고 파문이 거세다. 사진 셔터스톡

왜 유튜버만 고개 숙이나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유튜버 소속사인 MCN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유튜버 ‘참PD’의 폭로 방송 이후 “뒷광고를 한 적 있다”며 사과하거나 해명한 유튜버만 70여명이다. 유튜버 한두명이 아닌 수십명이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는 데에는 소속사 MCN의 방관 또는 관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계약 형태에 따라 MCN이 뒷광고 사실을 몰랐을 순 있지만, 유튜버 개인의 일탈로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소속사로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뒷광고 이면엔 위태로운 MCN

업계 안팎에선 MCN의 불안한 수익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유튜버와 나누는 구글 애드센스(조회 수 수익)와 광고 수익 외에는 마땅한 수익구조가 없는 탓에 뒷광고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는 취지다.
 
주요 MCN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MCN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상 유튜브 조회 수 수익의 70~100%는 유튜버 몫으로 돌아간다. 광고 수익은 1차로 구글과 MCN이 나눈 뒤, 2차로 유튜버와 MCN이 9:1 또는 10:0으로 나눈다. 해당 유튜버가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MCN에 떨어지는 수익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MCN 중 하나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매출 60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78억원에 달했다. 또 다른 MCN 트레저헌터도 지난해 145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 MCN 대표는 “MCN에게 조회 수 수익은 주요 수입원이 아니다”라며 “광고 유치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돈이 안 되니 소속 유튜버 관리에 소홀해지고 뒷광고의 유혹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MCN은 이미 줄도산

해외 MCN의 성장과 쇠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외 MCN의 성장과 쇠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MCN의 낮은 수익성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선 2018년부터 업계 ‘거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때 6만명의 인플루언서를 거느리며 2014년 디즈니에 인수됐던 미국 1위 MCN ‘메이커스튜디오’는 사업 다각화 없이 매출 80%를 조회 수 수익에만 의존하다가, 수천억 원대의 인기 유튜버 계약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2018년 파산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70여개의 MCN이 난립하고 있는 탓에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인기 유튜버를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익분배를 제시하는 등 제살깎아먹기도 불사한다. 보유한 유튜버 수가 MCN의 투자가치로 환산되는 것도 거품의 원인이다. 박성조 한국MCN협회 대표는 “산업 초기 투자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분별한 외형적 성장(유튜버 확보)을 택했던 것을 반성하고 이젠 품질 관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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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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