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황각규 롯데 부회장 퇴진, 지주 임원 절반 계열사로 보낸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롯데그룹 2인자인 황각규(65) 롯데지주 부회장이 물러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이날 오후 4시 이사회를 열고 황 부회장 퇴진 등 그룹 인사를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황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를 이끌어 온 송용덕(65) 부회장의 거취도 이날 결정된다. 송 부회장의 경우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회장 후임으로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결정돼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출신인 이 대표는 2015년부터 하이마트를 이끌어왔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롯데그룹이 정기 인사철이 아닐 때 고위급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그룹 주력 계열사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실적과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고에 내린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에서의 사업 환경 악화,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에 이어 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롯데그룹 시가총액은 7조~8조원이 빠질 정도로 악재가 계속됐다. 지난 4일 기준 롯데그룹 시총은 15조6000억원 수준이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 누적 적자가 1조원이 되어가고,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며 “지금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주주 외면이 계속될 것이고 손 쓸 수 없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열사 대표 외에도 지주 팀장급 임원 등 대규모 인사이동도 발표한다. 지주 임원 20여명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시점과 규모 모두 매우 이례적인 만큼 “롯데의 절박함, 신동빈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 7개사의 통합 쇼핑몰 롯데온의 시장 반응이 좋지 않은 점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사퇴하겠다는 뜻을 이미 한 차례 밝힌 바 있다”며 “롯데온이 정착하지 못하면서 지주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몸집 줄이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끄는 조직이 아닌 뒤에서 밀어주는 지원 조직 역할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지주사 팀장급의 절반 정도인 10여명은 계열사로 내려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략을 짜 온 지주가 시대 변화를 맞아 역할을 줄이고 철저히 혁신·지원 부서로 재정비될 예정이다. 
 
롯데지주가 짜 온 전략이 2017년 이후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에 내려진 결정이다. 계열사 인력을 강화해 현장에 전략 수립과 수행까지 맡기겠다는 안이다. 롯데지주의 한 임원은 “예상치 못한 인사가 갑작스럽게 통보돼 기다리고만 있다, 롯데 창업 53년 역사에서 지금이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고 하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전영선· 곽재민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