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경찰 출석…박원순 성추행 방조 부인한 前 비서실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이 서울시청 비서실 관계자들에게 제기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이 13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이 13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3일 오전 9시 5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김 원장은 3시간 40여분 동안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성추행 방조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김 원장을 포함한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실장과 전·현직 서울시 부시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한 데 따라서다.  
 
김 원장은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2017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기간에 성추행에 대한 피해 호소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로부터)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조직적으로 성추행을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피해자와 대질신문에도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피해자 측은 2015년 7월부터 4년 동안 비서실에서 일하며 전현직 관계자 20여 명에게 성추행 고충을 털어놓고 전보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의혹을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아직도 어떤 부분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고, 진실규명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며 “고소한 사실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피해자에게 왜곡된 성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등 부적절한 업무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 원장은 또 피해자와 나눈 텔레그램 채팅 기록 등을 조만간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방조 의혹과 별도로 “가세연은 막연한 추측과 떠도는 소문에만 근거해 저를 포함한 비서실 직원이 조직적으로 성추행을 방임, 방조, 묵인한 것처럼 매도했다”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정치적 음해를 목적으로 고발한 가세연에 민형사상 엄정한 법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원장을 시작으로 경찰이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 20여 명을 상대로 한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하고, 박 전 시장의 핵심 참모진인 서울시청 비서실 ‘6층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고발인을 순차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원장 등 서울시 관계자와 피해자 측 진술이 대립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조 의혹 수사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경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관계자들은 피해자가 부서 변경을 먼저 요청한 적이 없고, 오히려 비서실에서 먼저 인사이동을 권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를 2015년 7월 처음 비서실에 채용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도 지난달 “비서실장 재직 당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피해자 측은 이날 오후 김 원장에 대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ㆍ한국여성의전화와 공동변호인단(김재련ㆍ강윤영ㆍ서혜진ㆍ이지은 변호사)은 성명을 통해 “김 원장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전부 부인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관련 증거자료는 경찰에 이미 제출했으며, 대질신문에 응하는 등 수사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형사사법절차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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