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배당 ‘'유령주식' 득달같이 내다 판 증권맨 "유죄"

'유령 주식' 사태가 벌어진 2017년 당시 삼성증권 주식시세 그래프. [중앙포토]

'유령 주식' 사태가 벌어진 2017년 당시 삼성증권 주식시세 그래프. [중앙포토]

전산 입력 실수로 벌어진 배당 사고로 잘못 입고된 ‘유령 주식’을 팔아치운 증권사 직원들이 2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변성환)는 13일 실수로 받은 주식을 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삼성증권 전·현직 직원이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구모 씨 등 8명은 지난 2017년 4월 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배임)를 받았다. 당시 삼성증권 배당 담당 직원이 전산에 ‘1주당 1000원’을 입력하는 대신, 실수로 ‘1주당 1000주’를 입력했다. 결과적으로 실제 있지도 않은 삼성증권 ‘유령 주식’ 28억1295만주가 발행됐다.
 
우리사주 형태로 삼성증권 주식을 갖고 있던 이들 중 일부 직원은 자신의 계좌에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치웠다. 501만주(1820억원 상당) 규모였다.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최대 11.7% 폭락했다.
 
피고인들은 "고의·불법이 아니라 착각해 취득한 주식을 대상으로 매도 주문을 낸 것은,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의 매도로 다수 선의의 투자자가 잘못된 판단을 했고, 이 과정에서 벌어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 삼성증권이 9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며 “피고인들의 주식 매도 행위는 사회 통념상 ‘부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임죄에서 규정한 '임무 위배'는 신의 성실의 원칙(권리의 행사,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에 따라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잘못 입력한 주식 매도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행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행위로 삼성증권의 평판이 추락하고 ▶회사가 9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증권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배당사고 당시 사과문. [홈페이지 캡처]

삼성증권 배당사고 당시 사과문. [홈페이지 캡처]

다만 피고인들이 모두 해고·정직 등 삼성증권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았고, 삼성증권이 낸 민사소송을 통해 피고인들이 별도로 47억원을 배상한다는 점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1심 법원은 삼성증권 전 과장 구모 씨와 최모 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 씨, 지모 씨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벌금형을 추가로 부과했다. 구씨와 최씨는 2000만원, 이씨와 지씨는 1000만원이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44조1항은 징역형에 벌금을 병과한다고 규정하는데 1심에선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의 주식 주문횟수와 범죄 행위 가담 정도, 피해 규모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 씨 등 4명의 항소 역시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1심에서 벌금 1000만~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