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부동산 감독기구?…중개소마다 돌아다닐건가”

“임대주택이 충분히 있어야 임차인이 보호된다. 그런데 임대차 3법 통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끊겼다. 앞으로 무주택자가 임대주택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1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포토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1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포토

참여정부 초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 전 장관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법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의 씨가 마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다. 
 
최 전 장관은 “임대주택 공급 부족의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자에게 전가된다”고 걱정했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에 대해서는 “부동산 중개소마다 일일이 돌아다니겠다는 거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지난 4일 내놓은 공급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도입해 5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최 전 장관은 “용적률 상승에 따른 이익을 정부가 거의 다 가져가는데 민간에서 누가 참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공급 방안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들었다. 다음은 최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2020년 8월 이후 민간 임대주택 공급은 끊길 것”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 규제를 과신한다. 탐욕스러운 시장을 선량하고 전지전능한 정부가 나서서 교정한다는 식이다. 이 결과 수요 억제책과 과잉 규제만 남발하고 있다.”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부와 여당은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임대차법 통과 후 여당은 “국민이 집의 노예로 사는 것을 벗어난 날”이라고 자평했다.
“4년간 임대가 보장되고 전·월세 가격도 연 5% 이내로 상승하니 언뜻 임차인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최초 임대 계약 시 4년간 올릴 가격을 한 번에 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부담도 임차인에게 전가할 것이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임대차법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민간 임대주택의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자가 보유 비중이 50% 수준이다. 취업, 이직, 진학할 때 곧바로 집을 살 수 없는 서민이 태반이다. 전·월세 임대주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를 투기의 주범으로 여기고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임대 주택이 충분히 있어야 가격 경쟁을 통해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고, 임차인도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임대차법 통과로) 2020년 8월 이후 민간 임대주택 공급은 사실상 끊길 것이다. 그럼 임대주택 공급을 누가 할 거냐. 정부가 100% 도맡아 할 수 있는가.”
 

“정부 공급 대책, 민간은 외면할 것”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공급으로 관심을 돌린 건 진일보했다. 그런데 효과는 의문이다. 결국 민간의 참여가 관건이다. 그런데 용적률 상향 조정에 따른 이익을 대부분 국가가 가져간다고 한다. 그러면 민간에서 누가 참여하겠는가. 정책 입안자 본인이라면 참여하겠는가. 한 번이라도 민간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다면 이런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의 하향 조정을 희망한다”고 했다. 
“현 정부는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 집값 잡기에만 골몰한다. 정작 서민 생활과 직결된 전·월세 가격 안정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자동차로 치면 부자가 사는 벤츠 가격에 개입할 필요가 있나. 중산층이 많이 사는 쏘나타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
 
임대차시장의 전월세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대차시장의 전월세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동산 감독기구, 정상적 정책 아냐”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을 거론했다. 
“감독 기구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국민이 어떻게 이해할까. 완장 차고 부동산 중개소 돌아다니겠다는 건가.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든 국가를 본 적이 없다. 참모진의 급진적 발상인 듯한데, 정상적인 정책이 아니다.”
 
여권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과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돌린다.
“현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나. 현재의 집값 폭등은 공급 확충 시그널이 없어서다. 1980년대 급등한 주택 가격은 90년대 들어 안정세를 보였다. 이유는 분당 등 5개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로 시장에 공급 확대에 대한 확신을 줘서다. 당장 아파트가 들어서는 게 아니더라도 공급을 충분히 한다는 시그널을 주면 된다.”
 
지난 2003년 당시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오종택 기자

지난 2003년 당시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오종택 기자

“재건축·재개발 성역 놔둬서는 안 돼”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결국 공급이다. 그런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성역으로 놔둬서는 안 된다. 재개발· 재건축 확대는 일시적으로 주택 가격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늘린다는 신호를 준다. 그러면 가격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밝혔다. 
”과거에는 재개발 여건이 안돼 불가피하게 신도시를 지었다. 요즘은 재개발해야 할 주택이 많아 이를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어차피 서울에 낡은 주택이 많아 머지않아 재개발을 해야 하는 데 정부는 공급 대책으로 서울 외곽에 멀쩡한 땅을 갈아엎어 신도시를 건설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신도시가 공동화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최종찬 전 장관은
경제기획원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다.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행정고시 10회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94년 경제기획원의 마지막 경제기획국장을 맡았다. 이듬해에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하며 신설된 옛 재정경제원의 첫 번째 경제정책국장을 지냈다. 2003년 참여 정부 초대 건설교통부 장관을 맡았다. 공직 은퇴 이후에도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는등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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