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 하루 버텨보겠다" 문 닫은 병원 앞 발길 돌린 환자들

14일 오전 9시쯤, 서울 서대문구 한 내과 앞. 속이 안 좋아 내과를 찾았다는 박성자(70·여) 씨가 병원 문이 굳게 닫힌 것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박 씨는 “문을 닫아 약국으로 가야겠다”며 “파업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난감하다. 미리 (휴진) 안내를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약 먹고 오늘 하루 참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 병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옆에 17일부터 정상진료한다는 종이 안내문을 붙여놨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건물 엘리베이터 옆에 이비인후과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현주 기자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건물 엘리베이터 옆에 이비인후과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현주 기자

“환자분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오늘은 진료 현장을 떠나지만, 다시 돌아와 정성껏 진료에 임하겠습니다.”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는 이런 외침이 울렸다. 의사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전공의들이 피켓을 들고 15분 간격으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병원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고 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것 같지 않았다. 이주희(62·여) 씨는 “어제 병원에서 예약 알림 메시지가 와서 아침부터 천안에서 왔다”며 “대기시간이 별로 길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총파업 첫날…의협 “2014년 때보다 참여 높을 것”

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14일 하루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서 동네의원을 찾았다 헛걸음을 한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에서도 전공의·전임의 상당수가 파업에 동참했지만, 필수 의료 인력이 남아서인지 큰 혼란은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13일) 오후 기준 전국 3만3836곳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25%가량인 8365곳이 이날 휴진을 신고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14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늘은 (신고율이) 조금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정확히 집계해봐야 안다”면서도 “2014년 파업 당시 참여율(약 30%)보단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자체 발표에 따르면 시도별 현황은 조금씩 다르다. 경기도는 휴진에 참여하는 병원이 30%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지역은 휴진율이 45%, 대전과 제주 지역은 4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업에 황금연휴까지 겹치며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이 상당수 문을 닫았다. 경기 용인시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 박모(56) 씨도 이날 청진기를 내려놨다. 박 씨는 “정부가 정책의 당사자나 전문가 집단과 상의도 없이 억지로 통제하려고만 하고 있다”며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이비인후과는 문을 열고 환자를 받았다. 원장 A씨는 “정책을 결정할 때 정부가 의사들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업) 명분은 있다”면서도 “파업의 효과가 불확실한 데다 환자 불편이 우려돼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큰 차질없이 “정상 운영”

서울 주요 대형병원에서는 비교적 큰 차질없이 진료가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대병원 외과계 접수 대기자는 1명이었다. 진료를 막 보고 나온 환자 B씨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대병원 앞에서 전공의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14일 오전 서울대병원 앞에서 전공의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서울대병원은 당초 인턴을 대상으로 파업에 참여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문자를 보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김중엽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 대부분이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중환자실과 응급실, 과별 최소한의 인력만 제외하고 전공의·전임의 1500명 가운데 1000~1200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오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후 1시경 찾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납 직원 C씨는 “대기 시간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예약제로 미리 조율하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파업한다고 해도 환자 불편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1시경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진룔르 보러 온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14일 오후 1시경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진룔르 보러 온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심장 질환 관련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 김종찬(74) 씨는 “뉴스를 통해 파업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6개월 전에 예약해서 그런지 별로 불편함 없이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이번 단체 행동에 전공의 약 90%, 전임의 약 60%가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외래진료나 입원 일정을 사전에 조정해 평소 대비 10% 줄였다. 교수급 의료진과 입원전담전문의 등이 과별로 계획을 세워 환자 안전에는 문제가 없도록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인턴(67%)과 레지던트(68%) 등 전공의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했고, 임상강사는 2.3%만 동참했다. 병원 관계자는 “큰 문제 없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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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공원 등 전국 곳곳에서 파업 집회를 연다.  
 
이날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의료계 집단휴진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엄중한 상황에서 휴진에 들어간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집단행동을 감행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수연·박현주 기자 ppangshu@joongang.co.kr